미국 국채금리 급등에 원·달러 환율까지 치솟자 외국인 투자자들이 국내 증시를 떠나고 있다. 이들은 2차전지주를 집중적으로 매도했다. 증권가에선 실적·배당 매력을 갖춘 종목을 중심으로 외국인의 매수세가 돌아올 것으로 전망했다.
8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지난 6일 외국인은 연초 이후 유가증권시장 주식을 7조3273억원어치 순매수했다. 외국인의 유가증권시장 순매수액은 6월 16일 14조630억원으로 정점을 찍었는데, 약 3개월간 6조7357억원어치 주식을 순매도한 것이다.
최근 거래일인 이달 6일까지 외국인은 11거래일 연속으로 코스피 주식을 순매도했다. 외국인이 11거래일 연속 매도 우위를 보인건 지난해 9월(9월 18일∼10월 6일) 이후 1년 만이다. 오는 10일에도 외국인이 코스피 주식을 순매도한다면 2007년 11월(11월 8∼23일·12거래일 연속) 이후 최장 기록을 세우게 된다.
외국인은 2차전지 관련주를 집중적으로 매도했다. 6월 중순 이후 현재까지 외국인은 POSCO홀딩스를 5조3860억원 순매도했다. 이 기간 외국인 순매도 1위다. POSCO홀딩스의 뒤를 LG화학(1조4059억원), LG에너지솔루션(9042억원), 삼성SDI(7204억원), SK이노베이션(2875억원), 포스코퓨처엠(2818억원) 등 2차전지 관련주가 외국인 순매도 상위권을 차지했다.
외국인이 주식을 팔아치우자 이들의 주가는 하락세를 보였다. 6월 중순에 비해 삼성SDI의 주가는 33.84% 급락했다. LG화학(33.27%), SK이노베이션(25.1%), LG에너지솔루션(21.09%), 포스코퓨처엠 (12.71%)의 주가도 크게 밀렸다. 다만 POSCO홀딩스의 주가는 30% 올랐다.
증권가는 외국인 매도세 확대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국내 증시에서 외국인 수급은 지수의 방향성을 결정하는 요인이기 때문이다. 유진투자증권에 따르면 2008년 이후 평균 0.62수준이었던 코스피 수익률과 외국인 수급의 상관관계는 최근 0.8∼0.9 수준으로 높아졌다.
강진혁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외국인은 개인에 이어 두 번째로 큰 거래 주체"라며 "외국인의 누적 순매수 대금은 코스피와 동행하거나 때로는 선행해 지수 움직임 파악에 용이하다"고 설명했다.
일각에선 미국 10년 만기 국채 금리와 원·달러 환율이 급등하면서 외국인의 증시 이탈이 속도를 낼 것이란 전망을 하고 있다. 이에 대해 강 연구원은 "11월께 외국인은 대형주를 중심으로 순매수 전환할 것"이라며 "3·4분기 호실적이 예상되거나 배당 매력이 있는 업종·종목을 중심으로 외국인이 복귀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진영기 한경닷컴 기자 young71@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