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패를 반기는 사람은 없지만, 그렇다고 실패를 피할 수 있는 사람도 없다. 누구나 크고 작은 실패를 경험하고, 그것을 바라보는 관점이나 태도에 따라 삶의 경로가 달라진다. 그래서 ‘실패는 성공의 디딤돌’이란 말이 있다. 인생을 살아가면서 우리는 실패가 삶의 일부라는 점을 잊어서는 안 된다.
미국에서 지난달 출간된 책 <실패의 과학(Right Kind of Wrong)>은 실패의 긍정적인 면을 조명하면서 주목받고 있다. ‘실패의 재구성’을 통해 실패를 바라보는 관점을 바꾸고, 실패를 제대로 이해하는 방법을 알려주는 이 책은 특히 경영자들 사이에서 화제다.
책의 저자이면서 하버드경영대학원 종신교수인 에이미 에드먼슨 교수는 “좋은 실패란 그 방법이 아니고서는 도저히 얻을 수 없는 통찰을 얻었을 때를 말한다”라며 “조직 관리를 위해 가장 중요한 것은 어떤 실패와 실수도 용납될 수 있는 ‘심리적 안정성’을 느낄 수 있는 분위기를 조성하는 것”이라고 강조한다. 실패를 지적하고 원인 제공자에게 책임을 추궁하는 곳에서 창조와 혁신이 탄생할 가능성은 줄어들기 마련이다.
서문에서 저자는 심장 수술 발전 과정을 통해 실패의 의미를 짚어본다. 1951년 4월 6일, 마흔한 살의 심장외과 전문의 클라렌스 데니스 박사가 미네소타대병원 수술실에서 다섯 살 소년을 살리기 위해 처음으로 ‘심장-폐 장치’를 사용했다.
희귀성 심장 결함 진단을 받은 소년을 살려보려는 데니스 박사의 노력은 절박했다. 심장 수술 중 환자의 폐와 심장 역할을 하도록 설계된 이 장치는 지금까지 동물을 대상으로 사용되던 것이었다. 회전하는 디스크가 폐 역할을 하고 펌프가 심장 기능을 수행하며 여러 개의 튜브가 온몸으로 혈액을 운반하는 혈관 역할을 하는 장치는 당시 16명의 도움이 필요할 정도로 매우 복잡했다.
안타깝게도 장치는 제대로 작동하지 않았고 결국 소년은 여섯 번째 생일을 하루 앞두고 세상을 떠나고 말았다. 수술은 실패했지만, 기계를 통해 살아 있는 사람의 심장을 멈추고 수술한 첫 번째 도전이었다.
그 이후로도 실패는 반복됐고, 데니스 박사는 첫 도전 이후 4년 만에 결국 성공을 거뒀다. 그리고 오늘날 전 세계 6000여 개 심장센터에서 1만 명의 심장외과 의사가 매년 200만 건 이상 생명을 구하는 수술에서 데니스 박사가 고안한 인공심폐기를 사용하고 있다. 로버트 케네디의 말처럼 “위대한 성취를 위해서는 위대한 실패가 필요한 법”이다.
<실패의 과학>에서 에드먼슨 교수는 실패의 유형을 ‘기본적인 실패’ ‘복잡한 실패’ 그리고 ‘지능적 실패’ 등 세 가지로 나눠 소개한다. 친구에게 보낼 이메일을 상사에게 보내는 것처럼 예방 가능한 실수가 ‘기본적인 실패’다. 한 가지가 아니라 여러 가지 원인에서 비롯되지만, 통제 불능 상태가 되기 전에 포착해 줄일 수 있는 것들이 ‘복잡한 실패’다. 그리고 불필요한 피해를 주지 않고 지식을 발전시킬 수 있으며 유용한 학습으로 이어지는 경우가 ‘지능적 실패’다.
도요타 공장의 ‘안돈(Andon) 코드’, 보잉사와 미국 항공우주국(NASA)에서 일어났던 비극, 그리고 실패를 성공으로 전환한 3M의 포스트잇에 이르기까지, 책은 실패에서 배우고, 실패를 통해 발전으로 나아간 다양한 사례를 소개하면서 실패의 위대한 힘을 확인시켜준다.
홍순철 BC에이전시 대표·북칼럼니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