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처럼 긴 추석 연휴를 보내며 60대 이후를 어떻게 살아가야 할까 생각해 봤다. 필자는 아직 경제활동을 하고 있다. 여전히 일하는 것이 재미있고, 출근길이 설레고, 동료들과 대화하면 즐겁다. 서둘러 사회에서 퇴장하고 싶지 않지만 함께 일하는 동료들에게 불편함을 주는 노인이 되고 싶지도 않다. 혹시 나로 인해 젊은이들 일자리가 줄어드는 것은 아닐까 염려되는 것도 사실이다. 다행히 법무법인 고문이라는 역할은 후배 승진길을 가로막는 자리는 아니다.
하지만 생물학적 나이는 엄연한 현실이다. 평균수명 100세 시대가 머지않았다지만 언제까지 건강을 유지할지 장담할 수 없다. 일만 하다가 가족과 충분한 사랑을 나누지 못한 채, 또 ‘유럽 한 달 여행’ 같은 나의 버킷리스트를 시작도 하기 전에 어느 날 갑자기 죽음을 맞이할 수도 있다. 우리 앞에 놓인 삶이 짧을지 길지 그 누구도 미리 알 수 없다.
그렇다면 나 자신과 가족, 또 사회를 위해 언제 은퇴하는 것이 가장 좋을까. 추석 연휴 여유로운 시간을 보내며 오래전부터 채워온 선택지에서 해답을 얻었다.
일에 대한 열정, 세상을 향한 호기심, 배움에 대한 기쁨을 더 이상 유지할 수 없다면 은퇴하는 게 본인에게도, 사회에도 좋은 선택일 것이다. 끝없이 나태해지고 싶고, 왠지 모르게 주위 동료들이 영 마뜩잖고, 그동안 억눌러온 고집스러운 성격을 조절하지 못한 채 자꾸 노출한다면 이때도 조직을 떠날 시기다.
60대 심지어 70·80대에 이르러서도 분명한 목소리로 사회에 통찰력과 분별력을 보여줄 수 있다면, 젊은이들과 소통하고 공감을 이끌어낼 수 있다면 현역으로 남아 있어도 좋지 않을까.
건강을 잃으면 은퇴할 때라고 여기지만, 병마를 이기고 다시 강인한 삶을 이어가는 사례도 많다. 지난 10년 동안 두 차례의 암 수술로 장기 다섯 개를 적출해야 했던 세계적 거장 건축가 안도 다다오는 81세 현역이다. 최근 한 행사에서 그는 “살아있는 지금이 청춘이다. 있는 힘껏 자신의 가능성을 만들라”고 말해 감동을 안겨줬다.
<AI 슈퍼파워>의 저자이자 시노베이션벤처스 최고경영자(CEO)인 리카이푸는 인공지능(AI) 분야 선구자다. 2013년 림프암 4기 진단을 받고 한때 생사를 오가는 나날을 보냈으나, 암을 극복하고 60세 넘어서도 활발하게 일하고 있다. 그가 올해 펴낸 <AI, 2041>은 여러 나라에서 베스트셀러에 올랐고, 5월엔 새로운 AI 스타트업을 설립해 세계의 주목을 받고 있다.
세계적 대가들의 60·70대 삶은 여전히 도전적이다. 그들만큼 용맹스럽게 나아갈 자신은 없지만, 오늘이 마지막인 것처럼 최선을 다하며 살아갈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