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중화장실 줄자…수난 겪는 카페

입력 2023-10-06 18:11
수정 2023-10-16 16:58

“카페 화장실 무단 이용 시 형사고발 조치합니다.”

서울 논현동의 한 프랜차이즈 카페에는 한 달 전부터 이런 경고 글이 붙었다. 음료 구매 없이 화장실만 무단으로 사용하는 외부인이 많아져서다.

6일 업계에 따르면 ‘카공족’(카페서 공부하는 손님)에 이어 ‘카화족’(카페 화장실을 무단으로 이용하는 사람)으로 골머리를 앓는 카페 점주가 늘고 있다. 서울 가락동에서 카페를 운영하는 김모씨(43)는 6개월 전 카페 화장실 문에 비밀번호 도어록을 설치했다. 카페 영수증 하단에 비밀번호를 표기해 음료 등을 구매한 고객만 이용할 수 있게 했다. 김씨는 “양해 없이 화장실에 들어가서 아이를 목욕시키던 사람도 있었다”며 “바닥이 흥건해져 퇴근 후에도 오랜 시간 화장실 청소를 해야 했다”고 말했다.

무인 카페를 운영해 온 박모씨(36)는 최근 화장실을 폐쇄하기로 결정했다. 무인 매장 특성상 감시자가 없어 화장실만 이용하고 나가는 사람이 너무 많아서다. 무단 이용객이 화장실에 구비해둔 비품을 훔쳐 가는 일도 빈번했다. 매달 10만원 이상 청구되는 수도 요금도 부담이었다.

하지만 대부분 카페는 화장실을 없애기가 쉽지 않다. 서울 창천동 대학가 내 카페 사장 강모씨(54)는 “매출의 70% 이상을 차지하는 여성 손님은 대부분 화장실을 중요하게 생각해 화장실을 무작정 폐쇄할 수도 없다”고 했다.

일각에선 턱없이 부족한 공중화장실이 카페 화장실 무단 이용을 부추긴다는 지적이 나온다. 행정안전부에 따르면 지난해 전국 공중화장실은 5만5876개로 2020년 5만6451개에서 1.0% 감소했다. 같은 기간 서울은 5562개에서 4768개로 16.6% 줄었다. 관리 상태도 상대적으로 부실한 편이다.

안정훈 기자 ajh6321@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