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도권을 빼면 유동화할 만한 공장이 없습니다. 당연히 실망감이 크죠.”(한 부동산자산운용사 대표)
정부가 킬러 규제 혁파 방안 중 하나로 산업단지 입주기업의 자산유동화를 제시했지만 현장에서 ‘반쪽짜리 규제 완화’라는 비판이 일고 있다. 자산 규모가 큰 수도권 소재 산업단지를 제외하고 지방 산업단지만 가능하게끔 지역을 제한했기 때문이다.
6일 업계에 따르면 지방 산업단지 입주사의 자산 유동화 방안이 무용론에 휩싸였다. 정부는 지난 8월 규제혁신전략회의에서 산업단지 관련 ‘3대 킬러 규제’를 혁파하는 방안을 내놓으면서 비수도권 산업단지 입주기업에 대한 ‘매각 후 임대’ 방식의 자산유동화 허용을 제시했다. 지금까지는 산업단지 투기를 억제하기 위해 실수요자만 공장을 사고팔 수 있었다. 이번 혁신으로 자산 유동화 자체가 불가하던 입주기업이 산업단지 리츠(부동산투자회사), 펀드 등 다양한 방식으로 자산을 유동화할 길이 열린 것이다.
하지만 수도권이 허용 지역에서 제외되면서 현장에선 실망스럽다는 반응이 잇따르고 있다. 한 대기업 임원은 “그룹 내에서 산업단지 소재 생산시설을 전수조사했는데 현실적으로 자산 유동화가 가능한 곳은 수도권 공장뿐이었다”며 “지방 공장은 업종과 규모를 따졌을 때 투자자를 구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용인 반도체클러스터 리츠’와 같은 산업단지 리츠 등장을 기대하던 금융투자업계도 아쉽다는 반응이다. 산업단지 리츠는 토지와 공장을 리츠가 소유하고 기업이 임차료를 내는 방식이다. 한국리츠협회에 따르면 전국 산업단지 가운데 자산 유동화가 가능한 공장(영업이익률 5% 이상)은 3547개, 168조원 규모로 집계됐다. 영업이익률이 높은 공장이 수도권에 집중된 것을 고려하면 지방에서 유동화가 가능한 공장은 몇 개 안 될 것이라는 분석이다.
수도권 반도체 특화단지 조성에도 악영향을 미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국가 첨단전략산업 특화단지 일곱 곳 중 수도권(경기 용인·평택)의 민간투자 규모는 562조원으로, 전체(614조원)의 92%에 이른다. 반도체는 업황에 따라 실적 부침이 커 대기업이라도 대규모 투자를 이어가기 어려울 것이라는 우려가 나오지만, 정부는 수도권 확대 여부는 향후 검토하겠다는 입장이다.
심은지/이슬기 기자 summi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