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근후 휴대폰으로 산업안전교육 시청… 공식 근로시간일까

입력 2023-10-10 16:08


직원 역량 향상은 기업의 경쟁력을 증대시키는 중요한 요소이다. 이에 기업들은 직원 교육 및 프로그램에 많은 투자를 하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교육에 소요되는 시간이 근로기준법에서 정한 공식 근무시간으로 간주되어야 하는지 여부는 복잡한 문제일 수 있다. 교육이 근무 시간으로 간주된다면, 소정 근무시간을 벗어나 진행된 교육에 대해서는 초과근로, 야간근무, 휴일근무수당 지급이 필요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문제가 더욱 대두되는 것은 실제 기업 현장에서 점점 더 교육의 형태가 개인 휴대폰이나 노트북 등 디지털 기기를 통한 것으로 바뀌는 추세여서, 개별 직원마다 교육시간이 다르고 이를 일률적으로 관리하기도 어려워졌기 때문이다.

우선, 근로시간의 일반론을 보면 “근로기준법상의 근로시간이라 함은 근로자가 사용자의 지휘, 감독 아래 근로계약상의 근로를 제공하는 시간을 말하는 바, 어떠한 시간이 실질적으로 사용자의 지휘·감독 하에 놓여 있다면 이는 근로시간에 포함된다”라는 것이 대법원의 견해이다(2006.11.23, 대법 2006다41990 등 다수). 그렇다면, 어떠한 교육시간이 근무시간으로 간주되는지에 대한 판단은 주로 고용주의 지도와 감독 정도에 의해 결정된다고 봐야 할 것이다. 이에 대해 구체적인 사례에서 고용노동부의 입장을 조금 더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아래와 같다.


◆교육시간이 공식 근무시간으로 간주되는 경우

▷직무 안전, 작업 효율 또는 생산성과 관련된 교육이 정규 근무시간 내에서 이뤄지거나 정규 근무시간 이후나 휴일에 강제로 진행되는 경우 공식 근무시간으로 간주되어야 함.(고용노동부 행정해석 근기 01254 - 14835, 1988. 9. 29.)

▷정규 근무시간 이전 또는 이후에 진행되며, 다른 직무와 함께 이루어지는 정규 산업안전 및 보건 교육은 공식 근무시간으로 간주됨.(고용노동부 행정해석 안정 68307 - 666, 2001. 7. 30.)

▷사용자의 지도 또는 감독 하에 강제로 진행되며 직무 안전, 작업 효율 또는 생산성 향상을 목표로 하는 교육 세션은 공식 근무시간의 일부로 간주되어야 함.(고용노동부 행정해석 근기 68207 - 214, 2002. 2. 24.)

▷직원들이 교육에 참석하도록 강제되며 고용주의 지시가 명확한 경우, 교육이 핸드폰 등 개인 장치를 사용하는 경우에도 공식 근무시간으로 간주됨.(고용노동부 행정해석 근로개선정책과-2570, 2012. 5. 9.)


◆교육시간이 공식 근무시간으로 간주되지 않는 경우

▷회사와는 관계없는 운전면허증 소지자에 대한 소양교육과 같은 법적이행 개인의무사항 교육이나, 휴일에 회사에서 단체로 근로자에게 의무사항이 아닌 권고사항으로 시행하는 안전관계교육, 환경미화교육, 개인교양교육 등은 근로시간에 포함된다고 볼 수 없을 것임.(고용노동부 행정해석 근기 01254 - 14835, 1988. 9. 29.)

▷정규 근무와 다른 목적을 가진 교육, 예를 들어 근로자들의 장기간 업무공백에 따른 업무 복귀 시 적응훈련 및 업무능력에 향상, 근로자의 자기개발 등 복합적인 목적으로 실시하는 경우에는 근무시간으로 간주되지 않을 수 있음.(고용노동부 행정해석 근기 68207 - 214, 2002. 2. 24.)

▷교육이 고용주의 지시에 따라 이루어지지만 직원들이 어떠한 제재 없이 거부할 수 있는 경우, 즉 사용자가 교육 불참을 이유로 근로자에게 어떠한 불이익도 주지 않는다면 이를 근로시간으로 볼 수는 없을 것임. 아울러, 사용자가 동 교육에 근로자의 참석을 독려하는 차원에서 교육수당을 지급하였다고 하여도 마찬가지임.(고용노동부 행정해석 근로개선정책과-798, 2013. 1. 25.)


요약하면, 교육 시간이 공식 근무시간으로 간주되는지 여부는 고용주의 지시 정도, 참석 의무 및 불참 시 불이익이나 제재의 유무와 같은 요인에 따라 결정된다. 즉, 교육이 주된 업무 목적으로 위해 제공되고, 참석이 사실상 강제되며, 불참 시 일정한 불이익이 있다면, 그것이 개인 장치를 사용하여 진행되더라도 공식 근무 시간으로 간주될 가능성이 높다.

최종적으로 특정 교육시간이 공식 근무시간으로 간주되는지 여부는 관련 요인을 모두 고려하여 사안별로 결정되어야 할 것이다. 그런데 실질적으로, 기업들은 어떠한 교육이 근로시간 중에 이뤄지지 않아 초과근무 수당이 예상치 않게 발생할 수 있는 상황을 적절하게 관리하기 위해 교육시간에 대한 근로시간 관리 지침을 마련하는 것이 필요할 수 있다. 즉, 근로시간에 해당하는 교육이라고 판단된다면 정규 근무시간 내에서 교육이 이루어질 수 있도록 명확한 지침을 수립해야 할 것이며, 특히 법정 휴식시간에 교육이 이루어지지 않도록 관리하는 것도 중요하다. 또한, 기업이 통제할 수 없는 개인장치를 통하여 이러한 교육이 소정 근무시간 외에 이루어지는 경우에 대해서는 어떻게 대응할 것인지에 대해서도 사전 지침 마련이 필요하다.

궁극적으로는 법정교육 등 교육의 참석이 강제적이거나, 불참 시 불이익이 있는 교육의 경우에는 엄격하게 근로시간에 이루어지도록 관리하고, 그렇지 않은 교육의 경우에는 직원들의 자율적 의사와 필요에 따라서 자발적이고 선택적으로 이루어지도록 명확하게 구분해 관리하는 것이 바람직할 것이다.

김은지 법무법인 태평양 변호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