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내년 미국 대선에서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당선되도록 적극 개입할 것이라는 분석이 나왔다. 핵 보유국 지위를 인정받기 위해서는 현 조 바이든 행정부보다 트럼프 전 대통령이 협상 파트너로서 북한에 적합하다는 것이다.
정성윤 통일연구원 통일정책연구실장은 6일 경기 파주에서 열린 '한반도 현안 워크숍'에서 "북한은 내년 대선에서 트럼프 전 대통령이 당선되는 것이 유리하다고 판단할 것"이라며 "트럼프 전 대통령이 당선될 수 있는 분위기 조성에 일조하고, 그가 당선된 이후의 미국과 협상을 염두에 두며 교섭능력 강화책을 준비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정 실장은 북한이 내년 3월 한미연합훈련을 앞두고 도발을 감행해 도발 정세를 만들고, 트럼프 전 대통령과 3차 정상회담을 제안하는 등 다양한 전술적 미끼를 던지는 방식으로 대선에 영향을 미치려 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국제사회에서 인도나 파키스탄같이 '사실상 핵보유국' 지위를 얻으려면 미국 등 주요국의 제재가 없어야 하지만, 북한으로선 불가능하기 때문에 스스로 핵보유국이라고 주장하며 위기감을 높이려 할 것이라는 지적이다.
정 실장은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트럼프 전 대통령에 대해 언급한 것을 분석해보면 8대2 정도로 호감적 발언이 많았다"며 "하노이 회담 결과에 대해선 북한이 실망하며 강력 비난했지만 김정은은 그나마 자신이 원하는 바를 손에 쥐여줄 사람은 트럼프 전 대통령이라고 생각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북한이 예고한 3차 정찰위성 발사 시점에 대해선 항저우 아시안게임이 폐막한 이후부터 중러 정상회담이 열리기 전인 오는 10∼26일로 예상했다.
최근 일북 간 대화의 물꼬가 트이고 있는 가운데 양국 정상회담 가능성은 크지 않다는 관측도 나왔다. 앞서 아사히신문은 양국이 지난 3월과 5월 동남아시아 주요 도시에서 두 차례 접촉했다고 보도한 바 있다.
이기태 통일연구원 국제연구실장은 "북한이 일본 정부가 자국 국민들을 납득시킬 수 있는 납치피해자 조사결과를 과연 제시할 수 있는지 여부와 일본이 국제사회의 대북제재에 동참하면서도 독자적으로 실시 중인 대북제재에서 어디까지 해제가능한 부분을 제시할 수 있는지에 대한 합의가 쉽지 않기 때문에 당장의 일북 정상회담 개최 가능성은 크지 않다"고 말했다.
한편 현승수 통일연구원 국제전략실 연구위원은 지난달 북러 정상회담을 계기로 북한이 러시아에 포탄 등 재래식 무기를 제공하고 받을 대가와 관련, 러시아가 핵잠수함 기술을 이전할 가능성은 크지 않다고 봤다. 그동안 러시아가 타국에 군사기술이나 첨단 무기를 제공할 때 대단히 신중했으며 '역설계'에 대한 우려가 매우 크다는 점에서다.
또, 김정은이 방러 당시 해군사령관을 동행했지만 잠수함 시설은 방문하지 않은 점도 주목했다.
현 위원은 김정은 일행이 방문한 콤소몰스크나아무레에 있는 아무르 조선소, 블라디보스토크에 있는 잠수함 부두와 캄차크카 핵잠수함 기지에도 가지 않았다며 "북한이 애초 핵잠수함 시찰을 요청했으나 러시아로부터 거절당했을 가능성이 크다"고 추측했다.
북한 노동자의 대러 파견은 러시아의 인력 부족 상황과 대북 제재 무력화 의도 등을 고려할 때 실현 가능성이 크다고 봤다.
맹진규 기자 mae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