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전기차 기업들의 주가가 하락세를 이어가고 있다. 미국주식에 투자하는 개인 투자자들은 전기차 기업 주가 하락을 저가 매수의 기회로 판단하고 '떨어지는 칼날'을 잡는 투자 전략을 이어가고 있다.
5일(현지 시간) 뉴욕 증권거래소에서 전기차 기업 리비안의 주가는 22.88% 하락한 18.27달러에 마감했다. 이날 루시드와 니콜라 주가도 각각 7.19%(0.40달러), 4.23%(0.06달러) 하락 마감했다.
전기차 기업 주가 급락은 리비안의 전환사채 이슈에서 비롯됐다. 리비안은 4일 밤 15억달러(약 2조원) 규모의 전환사채를 발행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전환사채란 주식으로 전환할 수 있는 권리가 부여된 채권으로, 기업 자금조달을 위해 활용되는 방식이다. 리비안의 9월말 기준 현금·등가물 보유액은 91억달러(약 12조3천억원)로 집계됐는데, 이는 6월말보다 11억달러(1조5천억원)가량 줄어든 규모다. 현금 유동성이 악화되는 상황에서 전환사채 소식은 주가에 부정적 요인으로 작용했다.
하지만 해외주식 투자자들은 이같은 하락세를 저가 매수의 기회로 삼는 분위기다. 한국예탁결제원 세이브로에 따르면, 지난 9월 한달간 서학개미들은 니콜라와 루시드의 주식을 각각 2532만달러, 949만달러어치 사들였다. 채권·ETF를 제외한 개별종목에서 순매수 규모 7번째, 10번째였다. 올해로 범위를 넓히면 서학개미들은 미국증시에서 니콜라를 1억81만달러(3위)어치 순매수했고, 루시드(8824만달러, 5위)와 리비안(5450만달러, 11위)도 대거 사들였다.
떨어지는 칼날을 잡은 서학개미 투자자들은 대부분 손실권에 있을 가능성이 높다. 단기 등락이 있긴 했지만 장기간 주가 하락세가 이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 리비안의 현재 주가는 18.27달러로 연초 대비 5.03% 상승했지만, 2년 전 주가가 172달러에 달했던 것을 감안하면 고점 대비 10분의 1수준에 머물러 있다. 니콜라와 루시드 역시 올해에만 각각 38.74%, 16.37% 하락했다. 주가가 떨어질 때마다 추가 매수하는 이른바 '물타기' 전략을 활용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한병화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지금은 해외에서 전기차와 관련한 규제가 강화될 가능성이 있는 시기"라며 "전기차로의 전환이 2~3년 정도 숨고르기를 하게 된다면 관련 주가 역시 부진할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전효성 기자 ze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