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부동산 시장이 추석 이후 소강상태에 접어들었다. 거래량도 3000건 후반에서 뚜렷한 변화가 없는데다 집값 상승률도 점차 둔화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이미 서울 집값이 이미 전고점의 80~90%를 회복해 실수요자들의 부담이 커졌다고 분석한다. 여기에 최근 금리까지 다시 상승하면서 ‘돈줄’이 마르고 있다고 봤다.
9일 서울 부동산 정보 광장에 따르면 8월 서울 아파트 매매 건수는 3837건을 기록해 전월(7월) 3591건에서 200건 이상 늘었다. 매매 건수는 좀처럼 4000건대를 돌파하지 못하고 횡보 중이다. 최근 10년 거래 건수는 평균 월 6000건인데 이를 밑돌고 있다.
서울 아파트 매매 건수는 지난 1월 1411건을 기록했다가 2월 2451건, 3월 2984건으로 빠르게 올랐다. 이후 4월 들어 3186건을 기록해 3000건대에 올라선 이후 5월 3426건, 6월 3849건으로 늘었다. 7월 3591건으로 주춤하긴 했지만, 8월 3837건으로 소폭 회복했다.
집값 상승 폭도 점점 줄어들고 있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이달 첫째 주(2일) 기준 서울 집값은 0.13% 상승했다. 지난 5월 넷째 주(22일) 0.03% 올라 상승 전환했던 서울 집값은 꾸준히 올랐다. 지난 8월 셋째 주(21일) 0.14%로 올해 들어 가장 높은 상승률을 기록했다.
하지만 8월 넷째 주에는 0.13%였고 9월들어서는 첫째 주(0.11%)→둘째 주(0.13%)→셋째 주(0.12%)→넷째 주(0.1%) 등으로 0.1%대 초반에서 상승률이 횡보를 보이고 있다.
서울 부동산 시장 회복세에 좀처럼 속도가 붙지 않은 이유는 단기 저점을 기록하고 빠르게 반등해서다. 이미 전고점의 80~90% 회복했다. 부동산 리서치 업체 부동산R114가 2021년 하반기부터 지난해 상반기(이하 전고점)까지와 올해 들어 9월까지 같은 단지에서 동일 면적이 거래된 서울 아파트를 대상으로 최고가 거래를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서울 전고점 평균은 12억6695만원이었고, 올해 최고가는 평균 11억1599만원으로 전고점의 88% 수준을 회복했다.
용산구는 올해 평균 최고가가 21억3919만원으로 전고점(22억1138만원)의 97% 선까지 회복해다. 강남구도 전고점 평균인 26억5423만원의 96% 수준인 25억3489만원까지 집값이 뛰었고 중구와 서초구 아파트값도 전고점의 93% 선까지 올라왔다. 이밖에 동대문·강북구(82%), 도봉구(80%), 노원구(79%) 등도 큰 폭으로 가격을 회복했다.
여경희 부동산R114 수석연구원은 "가격이 가파르게 반등하면서 수준이 높아지자면서 실수요자들의 거래 빈도가 줄었고 전반적인 거래가 줄면서 상승 폭 역시 약해진 것"이라고 설명했다,
금리가 다시 오르면서 부담이 커졌다. 아파트를 매수할 때 대부분은 대출을 끼고 산다. 금융권에 따르면 국민·신한·하나·우리·농협은행 등 5대 시중은행 주택담보대출 변동금리(신규 코픽스)는 4일 기준 4.17~7.121%로 집계됐다. 최근 상승세가 이어지며 상단 금리가 7.1%를 넘겼다. 주담대 5년 고정형 금리는 4.00~6.441% 수준으로 하단이 4%대다.
김효선 NH농협은행 부동산 수석위원은 "주춤하던 금리가 다시 반등하면서 매수를 고려하던 실수요자들은 부담이 커진 상황"이라며 "그렇지 않아도 가격이 반등해 높아졌는데 금리까지 오르자 관망세가 짙어졌다"이라고 판단했다.
올해 초 시장을 밀어 올렸던 정책 동력도 소진됐단 분석이다. 송승현 도시와경제 대표는 "특례보금자리론 중단 등 이번 정부의 정책 동력이 '약발'을 다했다고 본다"며 "총선을 앞두고 시장을 자극할 만한 정책을 내지 않을 것이란 점을 고려하면 정책을 통해 부동산 시장이 살아나는 것은 어렵다고 봐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서울 부동산 시장은 당분간 횡보하는 흐름이 계속될 것이란 의견이 많다. 부동산 시장 한 전문가는 "횡보장에 들어서는 국면이라고 해석할 수 있을 것"이라면서 "금리가 다시 하락하거나 새로운 정책이 나오지 않는 한 집값은 게걸음을 이어갈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송렬 한경닷컴 기자 yisr0203@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