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덤 스미스의 ‘보이지 않는 손’이 소설 ‘보이지 않는 마음’으로 재탄생하다.
<보이지 않는 마음>의 표지에 소개된 문구다. 애덤 스미스의 저서 <국부론>은 자유방임주의를 표방한 최초의 경제학 저서로 잘 알려져 있다. <국부론>은 자신의 이익 추구에만 여념이 없는 경제인의 주체적 행동이 ‘보이지 않는 손’에 이끌려 국부의 증진과 생산력 향상을 가져온다고 주장한 책이다. ‘보이지 않는 손’은 다른 말로 ‘시장을 움직이는 힘’이다. 우리가 일상생활에서 소비하는 수많은 상품을 얼마나 생산해야 할지 결정하는 일, 생산자가 폭리를 취하는 걸 막는 일, 모두 쉬운 문제가 아니다. 230여 년 전에 애덤 스미스는 개인이나 정치권력이 아닌 시장(market)이 이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시장을 움직이는 보이지 않는 손에 대해 설명하는 건 사실 쉽지 않은 일이다. 베스트셀러 작가이자 팟캐스트를 통해 쉬운 경제학을 알리는 스탠퍼드대학의 러셀 로버츠 교수는 이 책을 집필하고 출판하는 과정이 몹시 어려웠다고 한다. 서문에서 많은 사람으로부터 거부당했다고 밝혔는데, 이는 경제이론에 대해 다양한 의견이 있는 데다 경제를 쉽게 알리는 게 힘들다는 방증이다. 경제학과 문학의 충돌
5년여의 우여곡절 끝에 세상에 나온 <보이지 않는 마음>은 MIT대학 출판부에서 유일하게 출판된 경제 로맨스 소설로, 현재 미국 여러 대학이 경제학 토론 교재로 사용하는 스테디셀러가 되었다. 노벨경제학상 수상자인 밀턴 프리드먼이 격찬한 책으로도 유명하다.
이 책은 로맨스 소설 형태로 기술해 술술 읽힌다는 장점이 있다. 주인공은 워싱턴의 사립 명문 에드워드고등학교에서 경제학을 가르치는 샘과 문학 교사 로라. 자본주의 체제의 신봉자인 샘과 문학도인 로라는 한마디로 정신세계가 완전히 다른 인물이다. 그래서 초기에는 하는 말마다 어긋나기만 한다. 로라는 샘을 그야말로 돈만 밝히는 이기적인 사람으로 생각했고, 샘은 로라를 고전소설에 빠져 현실감각이 제로라고 여겼다.
CEO나 운동선수, 영화배우들은 몇백만 달러씩 버는데 교사들은 기껏 2만6000달러를 받는 것이 불만이라는 로라에게 샘은 “교사는 1년에 30~150명을 가르치지만 뛰어난 운동선수는 몇백만의 사람을 즐겁게 한다”라고 말한다. 그러자 로라는 “그런 시덥잖은 직업과 고결한 직업을 비교할 수 있다고 생각해요?”라고 발끈한다.
로라의 오빠 앤드루도 로라와 비슷한 생각을 하는 사람이다. 로라가 샘을 디너 파티에 초대했을 때 샘과 앤드루는 설전을 벌인다. 앤드루가 “(기업이) 좀 더 관대해지고 좀 더 사회에 환원하는 행위가 많아지도록 격려한다고 해가 될 건 없잖습니까? 모두에게 좋은 일이지요”라고 하자 샘은 “세상에 공짜 점심은 없습니다. 누군가가 불가피하게 당신이 조장하는 자비로움에 대한 대가를 치러야 합니다. 그리고 그 역할은 종종 당신이 그토록 걱정하는 노동자들에게 돌아가기도 하지요”라고 답한다. 제대로 공부해 확실히 알아야 할 경제책에 여러 사람이 등장하는데, 경제 공부를 하지 않은 대부분의 사람은 약자를 걱정하는 앤드루처럼 생각한다. 약자를 도우면 정의롭게 보이니 현실에서도 대체로 그렇게 생각하기가 쉽다.
<보이지 않는 마음>은 기업과 주주, 노동자, 소비자가 각각 어떤 역할을 하고, 사안에 따라 어떤 결과가 나오는지 치열하게 증명한다. 또한 샘과 로라는 국가가 주도하는 복지정책에 대한 폐해와 바람직한 복지정책에 대한 논쟁도 한 치의 양보 없이 펼친다.
샘과 로라는 좀 가까워졌다가 견해차로 다시 멀어지기도 한다. 거의 대부분의 사안에서 갈등을 겪지만 차츰 샘은 문학, 로라는 경제학을 이해하게 되면서 사랑에 빠진다.
경제학은 쉽지 않은 학문이지만 꼭 알아야 할 지식이다. 정치 이념에 따라 경제정책이 수시로 바뀌는 현실 속에서 개개인이 제대로 경제 공부를 하고 확실한 경제관념을 정립해야 한다. 그래야 선택의 기로에서 올바른 판단을 할 수 있게 된다. 꼭 알아야 할 경제이론을 불꽃 튀는 대화로 풀이하는 <보이지 않는 마음>은 논리 훈련을 하기에도 매우 적합한 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