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레를 처음 무대에서 만날 때 고민되는 게 있다. 박수는 언제 쳐야 할까, 저 동작은 대체 무슨 뜻일까, 그리고 어느 자리에 앉아서 봐야 할까. 말없이 모든 것을 몸으로 이야기하는 발레는 사실 ‘가장 쉬운 클래식 예술’이기도 하다. 그저 순수한 눈으로, 아름다운 장면과 몸짓을 바라보다 보면 동작에 담긴 뜻과 의미는 자연스럽게 이해할 수 있다. 단, 가장 기본적인 하이라이트 동작과 박수 매너, 명당 예매하는 팁 등을 미리 안다면 감동의 크기가 더 커질 것이다. 두 사람의 ‘그랑 파드되’…32회 도는 ‘푸에테’고전 발레에서 발레리나와 발레리노 두 무용수가 선보이는 2인무는 작품의 하이라이트 중 하나다. 이를 ‘파드되’라고 한다. 원래 단어를 풀어서 보면 ‘파(pas)’는 프랑스어로 ‘스텝’이란 뜻이고, ‘드(de)’와 ‘되(deux)’는 각각 ‘~의’ ‘둘(2)’이란 뜻이다. 직역하자면 ‘두 개의 스텝’이다. 유명한 파드되로는 ‘돈키호테’ 3막의 결혼식 장면, ‘백조의 호수’ 2막에서 오데트 공주와 지그프리트 왕자의 파드되, ‘지젤’ 2막 지젤과 알브레히트의 파드되 등이 있다. ‘그랑 파드되’는 남녀 주역 무용수들이 화려한 기교를 과시하는 2인무다. 느긋하게 추는 ‘아다지오’와 남녀 무용수가 각각 경쾌하고 짧은 춤을 추는 ‘바리에이션’, 두 남녀가 빠른 음악에 맞춰 최고의 기량을 펼치는 ‘코다’ 등 크게 세 부분이다.
‘잠자는 숲 속의 미녀’ 3막에서 왕자와 공주가 결혼식하는 장면엔 파랑새춤, 장화 신은 고양이춤, 늑대와 소녀의 춤, 난쟁이 형제의 춤 등이 나온다. 작품 줄거리와 큰 관계는 없지만 여러 가지 춤으로 관객을 즐겁게 하는 부분을 ‘디베르티스망’이라고 한다. 원래 뜻은 오락 또는 막간의 여흥이란 뜻. ‘백조의 호수’ 3막 왕궁 무도회, ‘호두까기인형’ 2막의 크리스마스 랜드 등에서 나온다.
발레리나의 테크닉 중 가장 난도가 높은 동작 중 하나는 ‘푸에테’다. 한쪽 다리 발끝으로 몸을 지탱한 채 다른 쪽 다리로는 말채찍을 휘두르듯 32바퀴를 도는 동작이다. (실제 푸에테의 뜻이 ‘채찍질하다’다!) 32번 회전을 마칠 때까지 발끝으로 선 채 균형을 잡아야 하기 때문에 높은 집중력이 요구된다. 1894년 이탈리아 무용가 피에리나 레냐니가 ‘신데렐라’에서 처음으로 선보였고, 이듬해 마리우스 프티파가 ‘백조의 호수’에 도입해 잘 알려졌다. 입술을 만지면 ‘키스’…손으로 말해요
대사가 없는 발레에도 언어가 있다. 바로 마임이다. 수화처럼 말없이 인물의 세밀한 감정이나 생각을 표현한다. 줄거리가 있는 고전 발레를 보러 가기 전에 발레 마임의 의미를 알고 가면 더 즐겁게 공연을 감상할 수 있다. 가장 기초적인 마임은 ‘나’와 ‘당신’. 양손의 가운뎃손가락이 본인을 가리키면 ‘나’라는 뜻이다. 반대로 ‘당신’은 손을 벌려 상대를 향하게 한다. 손가락으로 입술을 만지면 ‘입맞춤’이란 뜻이다. ‘기억하다’는 검지로 관자놀이를 만지는 동작이다. ‘망각하다’는 양손을 내밀어 손바닥을 위로 하고 조용히 머리를 흔든다.
추상적인 감정이나 표현도 마임으로 나타낼 수 있다. ‘감사하다’는 가볍게 머리를 숙이고 고마운 사람을 향해 한 손을 가슴에서부터 아래로 내린다. ‘간청’은 깍지 낀 두 손을 모아 애원하는 몸짓을 하면 된다. ‘분노’는 머리 위로 팔을 들고 팔꿈치를 앞으로 해 주먹을 떠는 시늉을 한다. ‘슬픔’은 손가락으로 얼굴에 떨어진 눈물 자국을 따라 선을 긋는다. 손등으로 얼굴 윤곽선을 따라 원을 그리면 ‘아름답다’는 뜻이다. 발레 박수의 공식은요?발레는 클래식 음악 공연과 달리 공연 중간에도 박수를 칠 수 있다. 무용수에 대한 격려와 응원의 의미다. 박수로 부족할 땐 ‘브라보!’라고 외쳐도 좋다. ‘브라보’는 남성에게, ‘브라바’는 여성에게, 여러 명에게 환호할 땐 ‘브라비’라고 한다. 주역 무용수가 무대에 처음 등장할 때 박수와 환호를 보내는 건 결코 실례가 아니다. 단 발레 음악의 박자에 맞춰 치는 박수는 안 된다. 리듬에 맞춰 회전 동작 등을 하는 무용수들이 자칫 리듬을 놓칠 수 있어서다. 특히 위에 언급한 ‘푸에테’를 출 때는 회전이 끝날 때까지 박수를 참는 게 좋다. 집중력을 유지해야 하는 무용수를 위한 최고의 배려다.
발레 공연장 객석에도 ‘명당’이 있다. 무용수들의 거친 숨소리와 섬세한 근육의 움직임, 풍부한 표정 연기를 볼 수 있어서다. 작품에 따라 뒤쪽이나 2층에서 군무와 전체 형태를 보는 것을 선호하는 경우도 있지만, 통상 앞쪽 자리가 무용수의 호흡을 공유할 수 있다.
신연수 기자 sy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