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심은 드론 운용에 최악의 환경이다. 얼기설기 솟아 있는 빌딩뿐만 아니라 도시풍도 드론을 위협한다. 조류와 부딪히기라도 하면 항공기보다 몸집이 작은 드론이 받을 타격은 더 크다. 드론 추락은 탑승한 사람뿐만 아니라 도시 주민의 인명 피해를 일으킬 수도 있다. 실제 비행의 위험성을 충분히 고려해야 도심항공교통(UAM) 상용화가 가능하단 얘기다.
서울대 관악캠퍼스의 가장 깊숙한 곳, 관악산 자락엔 2018년 문을 연 국내 최대 규모 극한성능실험센터(센터장 조재열)가 격납고처럼 들어서 있다. 극한 환경에서 항공기, 드론이나 구조물의 운영 여부를 평가할 수 있는 시설이다. 이 센터 완공 이전엔 물체 충돌, 초저온 등 악조건을 상정한 탈것·구조물 평가를 해외에서 해야 했다.
이 센터엔 수십㎏의 물체를 초속 470m로 쏠 수 있는 중속 가스건이 설치돼 있다. 김윤호 서울대 항공우주공학과 교수는 가스건으로 항공기, 우주 비행체 등을 평가하는 분야에서 국내 최고 전문가로 꼽힌다. 김 교수는 “비행 환경을 모사하기 위해 가스건으로 실제 닭이나 대형 탄환을 항공기의 표면을 상정한 물체에 쏘는 실험을 하고 있다”며 “충돌 과정은 초고속 카메라로 분석해 항공 소재의 내충격 성능을 평가한다”고 말했다.
이 시설에 있는 초고속 가스건은 한국 우주 기술 수준을 끌어올릴 수 있는 무기다. 이 가스건은 무게가 수백g에 불과한 물체만 쏠 수 있지만 초속 7㎞까지 속도를 낼 수 있다. 미 항공우주국(NASA)과 같은 해외 기관에 의존하지 않고서도 초고속으로 날아다니는 우주 파편과 인공위성이 부딪히는 경우를 자체 실험하는 게 가능하다. 내년부터는 극단적인 온·습도 변화가 드론 운용에 미치는 영향도 이 시설에서 분석할 예정이다. 영하 60도부터 영상 60도에 이르는 온도에서 드론 엔진 성능 평가가 가능하다.
김 교수는 “UAM은 배터리 효율화를 위한 기체 경량화와 도심 환경에도 안정적으로 운용할 수 있는 기체 내구성을 확보해야 한다는 특징이 공존하고 있다”며 “UAM 개발에서 이 센터가 기체 내구성 수준을 높이는 데 중추적 역할을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주현 기자 dee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