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데르센 고향 오덴세, 곧 드론택시로 관광하게 될 것"

입력 2023-10-05 19:30
수정 2023-10-06 0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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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덴세는 동화 작가 안데르센의 고향으로 유명하죠. 드론택시를 타고 하늘을 날아다니는 동화 같은 일이 현실이 될 날도 머지않았습니다.”

피터 라벡 율 오덴세 시장(사진)은 지난달 29일 서울 중구 덴마크 대사관에서 한 한국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로봇·자동화·드론 클러스터인 ‘오덴세 로보틱스’는 지방자치단체와 지역 산업체, 남부덴마크대의 ‘삼각 합심’으로 조성된 산물”이라며 이같이 밝혔다.

오덴세는 18만여 명의 시민이 거주하는 덴마크 세 번째 도시(인구 기준)다. 이 도시는 사방이 바다로 둘러싸인 섬에 있어 한때 조선·해양업이 주민들의 주요 생계 수단이었다. 하지만 1990년대 한국 등 신흥 조선 강국들에 밀려 조선업이 내리막길을 걸었고, 주민들이 일자리를 찾아 떠나면서 오덴세는 생기를 잃었다. 오덴세가 차세대 먹거리를 고민하면서 눈을 돌린 역점 산업이 바로 ‘로봇’이다.

오덴세 로보틱스는 세계 1위 조선·해운기업 머스크 주도로 30년 전 처음 시작됐다. 머스크는 정교한 로봇이 선박을 용접하는 첨단 조선소를 짓기 위해서라도 로봇이 오덴세의 차세대 먹거리가 돼야 한다고 판단했다. 시정부 등과 함께 남부덴마크대에 8500만 덴마크크로네(약 161억원)를 쾌척한 게 오늘날 오덴세 로보틱스의 출발이었다. 오덴세 로보틱스는 덴마크의 유일한 로봇 클러스터로, 160여 개 기업이 들어 있다. 율 시장은 “덴마크 국내총생산(GDP)의 1%를 차지하는 로봇산업 성장세를 오덴세 로보틱스가 주도하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고 말했다.

2017년부터 오덴세 시장을 맡은 그는 “클러스터의 드론 부문을 총괄하는 ‘UAS덴마크’는 인근 안데르센공항에서 세계에서 가장 훌륭한 드론 테스트센터를 운영하고 있다”며 “2030년이면 오덴세 시민들은 드론택시를 타고 도시를 활보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안데르센공항에서는 드론 실험을 위해 여객기들이 일정을 조정할 정도로 드론택시 사업에 역점을 두고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오덴세에 자리 잡은 로봇 기업 대부분이 설립된 지 10년 남짓한 스타트업”이라며 “창업가 정신과 오덴세 로봇 생태계의 긴밀한 협동 문화가 맞물려 빠른 속도로 성장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어 “최근 직원 수가 1000명을 넘길 정도로 커진 기업이 상당수”라며 “오덴세 로보틱스 특유의 협력 체계를 벤치마킹하기 위해 방문하는 외국 관계자들이 문전성시를 이룬다”고 말했다.

덴마크 대표 로봇기업인 유니버설로봇도 오덴세에 자리 잡고 있다. 2015년 미국 로봇기업 테라다인에 인수된 뒤 세계적인 기업으로 발돋움했다. 율 시장은 “2005년 남부덴마크대 지하 창고에서 처음 로봇을 개발한 유니버설로봇 창업자들은 엄청난 부자가 됐어도 은퇴하지 않고 엔젤투자자로 활동하며, 오덴세 로보틱스 생태계가 성장하도록 돕고 있다”고 말했다.

율 시장은 지난달 서울시가 주최한 세계도시정상회의 참석차 방한해 서울시와 로봇 및 스마트시티 사업 등을 논의하고, 인천시와 도심 항공모빌리티 분야 양해각서를 체결했다.

김리안/김인엽 기자/사진=강은구 기자 knr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