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맥주 브랜드 아사히가 성수기인 지난 7월 국내 가정 시장에서 매출 3위를 차지한 것으로 나타났다. 주류기업들이 엔데믹(감염병의 풍토병화)과 함께 마케팅 공세를 펼쳤으나 이른바 ‘왕뚜껑 맥주’로 불린 '아사히 슈퍼드라이 생맥주캔' 흥행과 함께 상위로 치고 올랐다. 2019년 시작된 일본 제품 불매 운동 ‘노(No) 재팬’ 이후 급격히 사그라진 인기가 히트상품과 '예스(Yes) 재팬’ 무드와 함께 재차 부풀어 오른 모습이다. 아사히, 성수기 소매점 매출 3위로 치고 올랐다
맥주 성수기로 꼽히는 지난 7월 편의점, 할인점 등 가정시장에서 아사히의 매출 순위가 3위까지 치고 오른 것으로 집계됐다. 아사히는 8월에도 4위를 차지한 것으로 나타났다.
5일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 식품산업통계정보에 따르면 7월 소매점 맥주 브랜드 매출 순위는 카스(매출 1262억원·점유율 36.79%), 테라(374억원·10.89%)에 이어 아사히(278억원·8.09%)가 차지했다. 하이트진로의 신제품 켈리(234억원·6.82%)를 제치고 맥주 브랜드 중 세 번째로 많은 매출을 기록했다. 같은달 아사히를 들여오는 롯데아사히주류의 맥주 제조사 점유율 순위 역시 3위(281억원·8.19%)를 차지했다.
8월 아사히는 223억원(점유율 6.93%)의 매출을 기록해 켈리(243억원·6.93%)에게 3위 자리를 내줬지만 1년 전 10위권 밖이었다는 점을 고려하면 여전히 호실적을 유지한 셈이다.
업계에서는 올해 7월 아사히 수퍼드라이가 국내에 정식 출시되며 판매량이 늘어난 점이 순위 상승에 일조한 것으로 풀이하고 있다. 아사히 수퍼드라이는 5월 선출시 당시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 입소문을 타면서 품귀현상을 빚었다. 아사히 수퍼드라이는 풍성한 거품을 강조한 제품으로 통조림과 같이 캔 뚜껑 전체가 열려 '왕뚜껑 맥주'로도 불렸다. 정용진 신세계그룹 부회장은 개인 SNS 계정에 인증샷을 올리며 "한 번도 안 마신 사람은 많지만 한 번만 마신 사람은 없다는 그 유명한 (제품)"이라고 평한 바 있다. 일본, 올해 맥주 수입국 1위 자리 탈환
아사히 등 주류브랜드 약진과 함께 일본은 한국의 '맥주 수입국 1위' 자리를 탈환했다. 여름철로 접어든 6월부터 8월까지는 월간 수입액이 일본이 보복성 규제에 나선 2019년 7월 수준(434만달러)을 꾸준히 웃돌고 있다.
관세청에 따르면 올해 1∼8월 일본 맥주 수입량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238.4% 급증한 3만6573t을 기록했다. 이는 전체 맥주 수입량의 21.9%로 1위를 차지했다. 7월에는 일본 맥주 수입물량이 동월 기준 최대를 기록하기도 했다. 올해 일본 맥주 수입액은 3020만달러로 253.2% 급증했다.
이는 지난해와는 상반된 분위기다. 지난해 일본 맥주 수입량은 1만8940t으로 전체 수입량의 8.8%에 그쳐 3위를 기록했다.
최근의 일본 맥주 수입 및 소비 동향에 대해 업계에서는 일본의 보복성 규제로 불거진 노 재팬 운동 이전 수준으로 돌아왔다는 평가가 나온다. 2018년 일본이 1위 수입국일 당시 연간 맥주 수입량은 8만6676t으로 전체의 24.2% 수준이었다.
2019년 6월 790만달러를 웃돌던 일본 맥주 수입액은 같은해 7월 일본 정부의 반도체와 디스플레이 소재 한국 수출 규제로 노 재팬 운동이 시작하면서 급감했다. 같은해 8월에는 22만3000달러, 9월에는 6000달러까지 밀렸다.
한 업계 관계자는 "최근 일본 맥주 호조는 히트상품 효과로 풀이되지만 당분간 일본 제품 불매 운동 당시와 같이 수요가 줄어들 가능성은 낮아 보인다"고 말했다.
오정민 한경닷컴 기자 bloomi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