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이 미국 경제전문지 포브스가 선정한 400대 부자 명단에서 탈락했다. 앞서 그는 2021년 코로나 여파로 부동산 가격이 하락하면서 25년 만에 부호 명단에서 제외됐다가 지난해 다시 진입에 성공했지만 최근 잇단 사법 리스크가 불거지며 경제적 타격까지 입게 됐다.
4일(현지시간) 미국 CNN에 따르면 트럼프의 순자산은 19%(약 6억달러) 줄어든 26억달러로 추정된다. 이는 포브스가 전날 발표한 부자 명단 커트라인(29억달러)에서 3억달러가 부족하다. 포브스가 선정한 400대 리더인 일론 머스크, 제프 베이조스, 래리 엘리슨 등의 재산이 꾸준히 증가하는 것과는 달리 트럼프의 순자산은 두자릿수(%)나 감소했다.
트럼프는 줄줄이 재판을 앞둔 가운데 미국에서 가장 부유한 400인 명단에서조차 밀려나는 수모를 겪에 됐다. 지난 3일 트럼프는 금융사기 의혹과 관련된 민사재판에 출석했다. 그와 장남 등은 뉴욕 트럼프 타워 빌딩, 플로리다 마라라고 리조트, 골프장 등의 부동산 가치를 부풀려 이득을 취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포브스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의 순자산 감소의 원인은 그의 소셜 미디어 플랫폼과 빌딩 가치가 급락했기 때문이다. 트럼프는 페이스북과 트위터의 대항마로 2022년 2월 트루스 소셜을 출범시켰다. 그러나 트루스 소셜은 아직까지 이렇다할 성과를 내지 못하고 있다.
시밀러웹에 따르면 미국에서 트루스 소셜은 8월 기준 iOS와 안드로이드 앱의 월간 활성 사용자수가 약 73만8000명으로, 지난해 12월 130만명에 비해 급감했다. 이는 X(옛 트위터)를 사용했던 iOS와 안드로이드 사용자 수의 1%에도 미치지 못하는 수치다. 포브스가 트럼프가 보유한 트루스 소셜 지분 90%의 추정 가치를 1년전 7억3000만달러에서 현재 1억달러 미만으로 낮춘 것도 이 때문이다.
합병을 위해 설립된 백지 수표 회사 ‘디지털월드애퀴지션(DWAC)’ 통해 수억달러 자금을 조달하려고 했던 계획도 현재 교착상태에 빠져있다.
미국의 주요 대도시 공실률이 치솟으면서 상업용 부동산 시장 휘청이고, 트럼프가 보유하고 있는 샌프란시스코는 특히 큰 타격을 받았다. 최근 홀푸드, 타깃, 노드스트롬, 스타벅스 등 소매 체인점들이 샌프란시스코를 떠났다. 포브스는 과거 뱅크오브아메리카센터로 알려진 52층짜리 초고층 빌딩인 캘리포니아 555번가의 트럼프 지분 가치가 30% 하락한 것으로 추정했다.
맨해튼 역시 근로자들이 사무실로 돌아오지 않아 여전히 빈 공간이 넘쳐나는 상황이다. 포브스는 맨해튼 미드타운 오피스 빌딩인 아메리카 1290 애비뉴에 대한 트럼프 지분은 약 6000만달러 가치가 줄었다고 밝혔다.
하지만 트럼프의 모든 재정 상황이 악화된 것은 아니다. 그가 보유한 골프장은 좋은 성과를 내고 있다. 또한 최근 수년간 책 출판과 연설 등으로 인한 현금성 수입이 4억2600만달러로 추정된다고 포스브는 밝혔다.
조영선 기자 cho0su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