훈민정음(訓民正音) 반포 577돌인 오는 9일 한글날을 앞두고 행정안전부 국가기록원(원장 하병필)은 국어학자 주시경의 <국어문법> 육필원고를 복제해 소장처인 한글학회에 전달한다고 5일 밝혔다.
국어문법은 주시경 선생이 지은 문법책으로 현대문법의 종합적인 체계를 개척해 오늘날 정서법(正書法)의 기틀을 마련한 ‘한글맞춤법통일안’의 기본이론을 정립한 책이다.
최초로 순수한 우리말을 사용하기 위해 모음을 ‘읏듬소리’로 고친 흔적과 문법용어의 순 한글 표기 시도 등 대한제국 시기 국어학 연구를 집대성했다.
국어문법의 육필원고는 책 출간 한 해 전인 1909년 7월에 완성됐다. 가치를 높게 평가받아 국가등록문화재에 오르기도 했다.
국가기록원은 육필원고가 유일한 희귀본임에도 기획 전시 등에 그대로 활용되고 있다는 점에서 원본의 훼손을 방지하고 전시 또는 열람과 연구 자료로 활용할 수 있도록 맞춤형 복원·복제 서비스를 벌였다.
복제 작업은 원본의 현 상태를 그대로 재현하는 게 목표다. 우선 원본과 가장 유사한 종이를 준비한다. 그후 이미지 스캔과 편집, 색맞춤, 디지털 인쇄와 외형 재현 과정(첨지, 책끈, 표지 재현, 장정 등)을 거쳐 원형 복제를 진행한다.
이번 복제에서는 전통 한지를 사용했다. 원본과 가장 유사한 이미지 재현을 위해 고해상도로 스캔한 이미지는 세밀하게 편집한 뒤 디지털 인쇄를 했다.
표지는 원본과 똑같이 얼룩의 위치와 색상까지 맞춰 인쇄했다. 인쇄한 표지는 전통 방식으로 밀랍을 칠한 후 능화판에 밀돌로 밀어 능화문을 재현했고, 책을 묶기 위해 사용한 책끈은 꼭두서니 등 전통 염료를 끓여 염색한 뒤 사용했다.
국가기록원은 역사적 가치를 지닌 국가기록물의 보존 수명을 연장하고 후대에 전달될 수 있도록 지난 2008년부터 ‘맞춤형 복원?복제 지원 서비스’를 추진하고 있다. 민간과 공공이 소유한 235건의 기록물(총 8200매)을 복원했다.
김주원 한글학회 회장은 "우리 말글 역사의 소중한 문화유산인 주시경 선생의국어문법 육필원고를 더욱 안전하게 보존하고 활용할 수 있게 됐다"며 "복제된 길혹물은 많은 국민이 관람하고 연구자들이 활용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김대훈 기자 daepu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