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물 유래 동물 백신으로 한국의 농업 수출 시장을 획기적으로 넓힐 수 있습니다.”
손은주 바이오앱 대표(사진)는 최근 서울 도화동 바이오앱 사무실에서 한국경제신문과 만나 “식물로 만든 그린 백신이 한국을 돼지열병 등 다양한 가축 질병 청정국으로 인정받게 하는 데 기여할 것”이라며 이렇게 말했다. 유전학 박사인 손 대표가 2011년 설립한 바이오앱은 2019년 식물에서 생산된 세계 최초의 돼지열병 백신 허바백을 내놨다. 식물 백신 시판에 성공한 것은 세계적으로도 바이오앱이 유일하다.
그는 식물에서 단백질을 추출하는 것을 주제로 경북대에서 유전공학 박사 학위를 받은 연구자다. 박사를 마친 뒤 미국 UC리버사이드에서 박사 후 연구원을 지낸 그는 지도교수인 식물 단백질 분야 권위자 황인환 포스텍 교수의 권유로 창업의 길로 나섰다.
손 대표는 “식물 백신의 실현 가능성에 대해선 회의적인 시각이 지배적이었지만 ‘한번 해보자’는 마음으로 창업했다”고 말했다. 식물 백신은 바이러스를 달걀 등에 배양한 뒤 약해지게 만드는 일반적인 동물성 생백신과 달리 식물을 생산 플랫폼으로 쓴다. 식물 종자에 전염병 항원 유전자를 삽입한 뒤 이를 재배해 생산된 잎 등에서 항원 단백질을 따로 추출해내는 방식이어서 ‘그린 백신’으로도 불린다. 대량 생산체제가 구축되면 생산 비용이 비약적으로 줄고 오염 위험도 작아 차세대 백신으로 꼽힌다.
개발 과정은 순탄하지만은 않았다. 2013년 정부 연구개발(R&D)사업 과제로 돼지열병 백신 개발에 들어가 개발한 허바백이 동물 접종 시험에서 가능성을 보이기까지 2년이 걸렸다. 검역당국의 허가를 받기까진 4년이 더 걸렸다.
손 대표는 허바백 등 식물 백신이 한국 축산물의 수출 시장을 비약적으로 확대시킬 수 있다고 강조했다. 허바백은 감염항체와 백신항체를 구별할 수 있는 마커 백신이다. 살아있는 균을 배양해 만든 생백신과 달리 단백질에서 항원만 뽑아냈기 때문에 백신을 맞은 가축에서 균이 검출되지 않는다. 그는 “수출의 전제 조건인 질병 청정국으로 인정받기 위해선 마커 백신을 써야 한다”며 “감염 여부를 빠르게 확인할 수 있어 불필요한 살처분도 막을 수 있다”고 말했다.
허바백이 가능성을 보이며 식물 백신에 주목한 기업들의 투자가 이어졌다. 바이오앱은 2017년 포스코기술투자, 대교인베스트먼트 등으로부터 40억원의 시리즈A 투자를 받은 것을 시작으로 지난해 시리즈D까지 320억원을 투자받으며 1000억원 이상의 기업가치를 인정받았다.
캐나다 수출을 확정 짓고 내년 상반기를 목표로 인허가 단계를 밟고 있다. 손 대표는 “수출이 성사되면 2025년부터 연매출이 100억원대로 늘어날 것”이라며 “미국 브라질 아르헨티나 중국 등 축산국들의 관심이 많다”고 말했다.
바이오앱은 돼지열병을 시작으로 서코, 파보, 아프리카돼지열병(ASF), 조류인플루엔자 등 다양한 가축 전염병 백신을 개발 중이다. 지난 7월엔 바이오앱의 두 번째 작품인 서코 백신이 국내에서 허가를 받았다. 손 대표는 “세계 동물 백신 시장은 10조원 수준으로 매년 6% 이상 고속 성장 중”이라며 “아직 초기 단계인 식물 백신 시장을 선점할 것”이라고 말했다.
황정환 기자
제작지원=FTA이행지원 교육홍보사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