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주에서 소 가격이 9년 만의 최저 수준으로 떨어졌다. 이상기후로 목초지가 타들어가 소의 주식인 풀이 부족해졌고, 사육비가 급증하자 목장주들이 소를 내다 팔고 있어서다. 국내 대형마트들은 이 기회를 틈타 대거 기획행사에 들어갔다.
4일 호주축산공사(MLA)에 따르면 호주의 생우(生牛) 가격 대표 지표인 ‘동부 어린 소 가격’은 ㎏당 3.57호주달러(약 3100원)로 집계됐다. 9년 전인 2014년 12월 수준이다. 지난해 말 ㎏당 8.6달러에서 올 들어 58% 하락했다.
이런 흐름은 이상기후의 영향이 크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호주는 동태평양 수온이 비정상적으로 올라가는 엘니뇨가 덮쳐 뜨겁고 건조한 날씨가 이어지고 있다. 지난달 호주는 역대 가장 건조한 9월을 보냈다.
이 여파로 목초지가 사라지자 호주 목장들은 급증한 사육 비용을 감당하지 못해 소를 팔아치우고, 새 송아지 구매도 기피하는 추세다. 엘니뇨는 내년 2월까지 이어질 전망이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지난해까지 3년간 호주의 강우량이 적지 않아 호주 농가들은 소 사육두수를 10년 만의 최대로 끌어올렸다.
호주에서는 호주산 소고기가 저렴해지면서 한국 일본 등 아시아 국가에서 시장 점유율을 높일 수 있을 것이란 기대도 나오고 있다. 2022~2023시즌 호주산 소고기 수입국 상위 5개국 중 한국은 중국(23억호주달러)과 일본(20억호주달러)에 이어 세 번째로 많은 19억호주달러(약 1조6300억원)어치를 수입했다.
국내 대형마트업계는 일제히 호주산 소고기 프로모션을 펼치며 소비자를 유혹하고 있다. 이마트는 5일부터 오는 11일까지 호주산 안심·부챗살·살치살 스테이크 모음전을 펼친다. 신세계포인트를 적립하면 기존 가격에서 30% 할인해주는 행사다. 롯데마트 역시 같은 기간 엘포인트 회원을 대상으로 호주산 척아이롤·부챗살·갈빗살을 30% 싸게 판다.
노유정/송영찬 기자 yjro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