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과 더불어민주당이 '인사 정국'을 둘러싸고 극한 대치를 이어가면서, 대법원장 공백이 장기화할 조짐을 보이고 있다. 국민의힘은 야당 단독 의결로 예정된 오는 5일 김행 여성가족부 장관 후보자 인사청문회에 '보이콧' 방침으로 맞불을 놓았다.
더불어민주당은 4일 의원총회를 열고 이균용 대법원장 후보자 임명 동의안에 대한 의견을 모으기로 했다. 사실상 '부적격' 판정을 내려놓은 상태라, 민주당이 협조할 가능성은 매우 낮은 것으로 예측된다.
이 후보자 인사청문특별위원회 소속 야당 의원들은 이날 동료 의원들에게 이 후보자 임명동의안을 부결해달라고 친전을 보내기도 했다.
인청특위 야당 간사인 박용진 의원은 친전에서 "다가올 대법원장 후보자 임명동의안에 대해 간곡하고 단호히 부결을 요청드린다"며 "인사청문회 과정을 통해 확인된 것이라곤 이 후보자 본인을 비롯한 처가, 자녀의 재산 형성 과정의 문제점, 공직자로서 기본인 재산 문제에 대한 불성실한 소명과 무책임한 답변뿐"이라고 말했다.
이어 "사법부를 제대로 이끌고 갈 수 있는 적격자가 추천되기 위해서 우리 국회는 그리고 야당은 이럴 때일수록 국회의 할 일을 제대로 해야만 한다"며 "사법부의 수장엔 준비된 사람이 필요한 데 전혀 준비되지 않은 사람이 왔고 제대로 된 인사 검증조차 실종됐던 그 모든 책임은 윤석열 대통령에게 있다"고 강조했다.
국민의힘은 민주당의 '부결' 예고에 "헌정사상 초유의 대법원장 장기 공백이 민주당이 말하는 민생인가"라고 강력하게 비판했다.
전주혜 원내대변인은 이날 논평을 통해 "홍익표 신임 민주당 원내대표는 오늘 6일 본회의에서 이균용 대법원장 후보자 임명동의안 '부결'을 예고했다"며 "이런 인물을 계속 보내면 제2, 제3의 인물도 부결시키겠다는 엄포까지 놓았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민주당이 김행 여가부 장관 후보자에 대한 인사청문회 일정을 단독으로 의결한 것도 문제 삼았다. 그는 "국방부·문화체육관광부·여성가족부 장관 후보자를 향해 청문회 시작도 전에 '답정너'식 임명 철회를 요구하더니, 여가부 장관 인사청문회 실시는 또 단독으로 의결해 버렸다"며 "민주당은 개딸이 아닌 절대다수인 일반 국민의 목소리에 제발 귀 기울이길 바란다"고 일갈했다.
민주당이 이균용 후보자 임명동의안 부결을 논의하는 것을 고리로, 야당이 단독 의결한 김행 여가부 장관 후보자 인사청문회에 보이콧 엄포를 놓은 것이다.
이날 정치권에 따르면, 국민의힘은 김행 후보자 인사청문회를 '보이콧'하는 쪽으로 무게를 두고 있다. 윤재옥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전날 기자들과 만나 "일정도 증인도 (민주당) 단독으로 의결하는 것은 극히 이례적인 일이다. 거의 막 가자는 것"이라며 "정상적인 청문회가 어렵다고 보고 있다"고 말한 바 있다.
이에 민주당은 국민의힘을 향해 "인사청문회 보이콧 방침을 철회하라"고 촉구했다. 민주당은 윤영덕 원내대변인 명의의 논평을 통해 "여당이 인사청문회를 보이콧하겠다니 기상천외하다"며 "후보 지명을 철회하라고 했더니 인사청문회를 철회하려고 하느냐"고 꼬집었다.
이어 "청문회를 보이콧하는 사상 초유의 사태는, 인사청문회를 무력화해서 임명을 강행하려는 위법적 술수에 불과하다"며 "얼마 전까지만 해도 '인사청문회는 국민들께 보장된 법적인 검증의 시간'이며, 인사청문회 보이콧은 '무책임하고 몰염치한 행동'이라던 국민의힘은 어디로 갔느냐"고 비판했다.
이슬기 한경닷컴 기자 seulk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