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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르투갈 정부가 부유층 이민자에 대한 세제 혜택을 폐지한다. 포르투갈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경기 침체의 돌파구를 마련하기 위해 세제 혜택 등을 내세워 고숙련 기술자 등 외국인 노동력 유치에 적극 나섰다. 하지만 최근 연일 치솟는 집값에 시위가 잇따르자 부동산 가격을 올린 주범으로 부유층 이주민을 지목한 것이다.
안토니우 코스타 포르투갈 총리는 3일(현지시간) "부자 외국인들에 제공했던 특별세금제도는 '불공평한 재정' 정책으로서 (포르투갈 경제를 되살리는 데) 이제 더 이상 합리적이지 않다"며 이같이 밝혔다. 외국인 특별세제는 2024년부터 폐지될 예정이다.
이번에 전면 폐지되는 외국인 특별세제는 소득세법상 포르투갈에 연간 183일 이상 거주하는 외국인들 중 교수, 건축가, 의사 등 전문직 종사자들의 고부가가치 근로활동에서 발생하는 소득에 대해 20%의 특별세율을 적용하는 방안이 있다. 또 외국인 이주자가 본국에서 받는 연금소득에 대해 10%의 최저 고정세율만 부과하거나, 세입자의 임대료 등 외국인 이주자의 국외 원천 소득에 대해 해당 국가에서 과세하는 경우 면세 혜택을 제공했던 방안 등도 사라진다.
포르투갈 정부는 외국인 특별세제로 인해 면세된 소득이 지난해에만 15억유로에 달하는 것으로 추산했다. 이 같은 정부 지침은 포르투갈 부동산 가격이 급등하는 원인으로 부유층 이주민의 주택 구매를 꼽고 있기 때문이다. 포르투갈 집값은 몇년 새 꾸준하게 연간 7% 내외 상승률을 기록해왔다. 2021년엔 전년 대비 157% 상승하기도 했다.
특히 수도 리스본과 포르투, 알가르베 등 특정 지역에서는 집값과 임대료가 폭등함에 따라 주민들이 주거 위기에 내몰리고 있다. 이에 최근 포르투갈 전역 24개 도시에서는 대규모 항의 시위가 계속됐다. 포르투갈 정부는 올해 상반기에도 또 다른 '부유층 외국인 우대 조치'인 골든비자 제도를 폐지하는 결정을 내린 바 있다. 골든비자는 외국인 이주민이 포르투갈에 50만유로 이상의 부동산을 구매하거나 이에 준하는 직접투자를 하면 장기 체류 비자를 발급하는 제도다.
김리안 기자 knr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