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최초로 원자폭탄을 개발한 미국은 1950년대부터 핵추진항공모함, 핵잠수함, 우주탐사선 등 반영구동력이 필요한 전략 무기에 초소형 원전을 탑재했다. 상업용 원자력 발전 건설에서도 글로벌 시장을 주도했다. 하지만 1979년 스리마일 원전 사고가 모든 것을 바꿔놨다. 그때 이후로 미국은 상업용 원전을 국내에 추가하지 못했다.
그사이 글로벌 원전산업 패권은 중국 러시아로 빠르게 넘어갔다. 3일 한국경제인연합회에 따르면 지난해 전 세계 수출 원전 34기 중 23기를 러시아가, 4기를 중국이 건설했다. 규제 이슈에서 자유로운 권위주의 국가라는 점도 두 나라가 빠르게 성장할 수 있던 요인이다. 소형모듈원전(SMR) 시장에서도 중국은 광대한 내수시장을 바탕으로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미국이 마이크로(초소형) 원전 상용화에 공을 들이는 이유 중 하나는 중·러에 빼앗긴 원전 패권을 되찾아 오기 위해서다. 조 바이든 정부는 지난해 시행한 인플레이션 감축법(IRA)을 통해 원자력을 청정에너지 세액공제 대상에 포함했다. 차세대 핵 연료인 고순도저농축우라늄(HALEU) 연구 예산도 이전 정부의 15배로 늘렸다.
전문가들은 이 같은 상황을 국내 원전산업에 호재로 보고 있다. 아이다호국립연구소(INL)에서 만난 중국 출신 연구원은 “미국 시민권을 따는 것을 진지하게 고민 중”이라며 “러시아 출신 지원자는 아예 서류도 안 본다”고 했다. 인력 수요가 커지는 상황에서 중·러 출신자를 배제하다 보니 한국계 연구원 선호도가 계속 올라가고 있다.
INL에 근무하는 한 한국계 연구원은 “데리고 올 한인 연구원이 부족해 아쉽다”고 말했다.
아이다호폴스=김인엽 기자 insid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