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블(MARVEL) 원자로는 핵분열이 일어나는 노심, 이를 식히는 냉각봉, 노심에서 발생하는 열에너지를 전력으로 전환하는 변환기 등 세 개 부분으로 구성된다. 노심은 핵분열 연쇄반응을 통해 열에너지를 생성하는 원자로의 심장이다. 이곳에서 우라늄·플루토늄 등 핵연료를 중성자와 충돌시켜 연쇄 핵분열 반응을 유도하고 그 과정에서 열에너지가 발생한다.
마블은 핵연료로 고순도저농축우라늄(HALEU)을 활용한다. HALEU는 마블이 작은 크기로도 일반 원전에 비견되는 성능을 발휘하는 핵심 기술이다. 우라늄-235 농축도가 5% 미만인 일반 핵연료와 달리 HALEU는 우라늄을 그 네 배인 19.5%까지 농축했다. 핵확산금지조약(NPT)에서 규정하는 비군사적 용도 한계치인 20% 바로 아래다.
노심에서 만들어진 열은 배관을 따라 열 교환기로 이동해 원자로 상단에 있는 4개의 스털링 엔진을 통해 전기 에너지로 전환된다. 원자로 가동에는 핵분열 못지않게 ‘냉각 기술’도 중요하다. 달궈진 노심을 식히지 않으면 큰 사고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마블 원자로는 액체 금속인 나트륨-칼륨을 이용해 외부 통제가 필요 없는 안전한 냉각 체계를 구성했다.
액체 금속을 이용하는 원자로를 4세대 원자로라고 부른다. 2·3세대 원자로는 물을 냉각재로 사용했다. 냉각수를 공급하는 전원이 차단되면 사고가 발생하기도 했다. 일본 후쿠시마 원전 사고가 대표 사례다.
마블 원자로는 전력 상실로 인한 사고 가능성을 원천 차단했다. 외부 냉각재 없이 나트륨-칼륨의 대류 순환을 통해 자체적으로 연료를 식히기 때문이다.
액체금속을 이용하면 대기압 환경에서도 원전을 운영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전 세대 가압경수로 발전을 위해서는 물 온도가 300도로 높아야 하는데, 물이 증발하지 않도록 150기압 이상의 고압 상태를 유지해야 한다. 반면 나트륨은 끓는점이 890도로 높아 대기압에서도 안정적인 운영이 가능하다.
야스르 아라파트 INL 책임자는 “마블 원자로는 쓰나미, 지진, 핵연료 절도, 외부 공격으로부터 모두 안전하다”며 자신감을 드러냈다.
아이다호폴스=김인엽 기자 insid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