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털 사이트를 통한 여론조작 의혹이 불거졌다. 항저우 아시안게임 축구 한·중전 당시 다음 포털에서 중국이 받은 ‘응원 클릭’이 91%로 한국(9%)을 압도하는 황당한 일이 벌어진 것이다. 같은 기간 네이버의 응원 비율이 한국 94%, 중국 6%인 것과 정반대이고, 상식적으로도 납득하기 힘든 결과다.
여론조작 의심 정황은 끝이 없다. 중국 응원 클릭 수가 2200만 회를 웃돈 점만 해도 그렇다. 20세 이상 성인이 4300만 명인데 그 절반 정도가 다음에 접속해 중국 응원 클릭을 하는 일은 상상조차 쉽지 않다. “횟수 제한 없이 클릭 응원에 참여할 수 있어서 벌어진 일로 보인다”는 게 다음 측 설명이다. 그 점을 감안하더라도 한국 포털에서 중국 응원 비율이 한국의 10배인 점은 ‘조작’이 아니라면 이해하기 어렵다.
다른 나라와의 경기에서도 비슷한 결과가 반복된 대목에서 심증이 더욱 굳어진다. 여자축구 남·북한전 때 북한 응원이 75%로 한국(25%)의 3배, 한국이 5-0으로 대승한 홍콩전에서도 홍콩이 91%의 압도적 응원을 받았다. 매크로(자동입력 반복) 프로그램 동원이나 해외로부터의 여론조작을 의심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비상식적 결과의 반복은 수년 전 불거진 ‘차이나 게이트’를 연상하게 한다. 차이나 게이트는 중국이 온라인상 개입 등을 통해 자유 진영 국가 여론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의혹이다. 다음은 2019년부터, 네이버는 올 5월부터 중국의 접속이 차단됐지만 가상사설망(VPN)으로 우회하는 방법은 가능한 것으로 전해진다.
6개월 뒤 총선을 앞둔 시점에서 모골이 송연해지는 사건이 아닐 수 없다. 하지만 당사자인 다음은 느긋하다. 신속한 조사·해명, 사죄는 실종인 채 “정책 재정비로 더 쾌적한 서비스를 제공하겠다”며 관련 코너 운영 중단을 발표했을 뿐이다. 편향적 기사와 댓글로 지적받아온 뉴스서비스 사업자의 무책임한 행태에 할 말을 잃는다. 한덕수 국무총리의 개천절 경축사처럼 “가짜뉴스는 자유민주주의 근간을 흔드는 사회적 재앙”이다. 철저한 진상규명으로 여론조작 가담자와 방치·조장자를 가려내고 엄벌해 가짜여론을 추방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