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자는 대학교에서 주식과 채권, 펀드 등 투자상품관련 강의를 하고 있습니다. 수업시간 첫 머리에 '안전한 투자상품이 있다고 생각하는 사람, 손 들어 보세요' 하고 물어봅니다. 소액으로 주식투자를 해 본 학생들이야 여럿 있지만, 채권이나 간접투자상품인 펀드에 투자해 본 학생들은 거의 없는 데다, 투자상품에 대한 개념이 갖춰져 있지 않아 어리둥절해 합니다.
원금과 이자를 특정금액까지 국가에서 법적으로 보장해주는 예금자보호 상품과 한도는 정해져 있는데요. 우리나라의 경우 2001년 1월에 정한 예금자보호 한도가 금융기관당 5000만원입니다. 오래 전 책정된 이 한도가 경제상황과 규모 대비 너무 적다고 더 올려야 한다는 주장이 계속 나오고 있는 실정입니다.
주요 국가별 예금자보호 한도를 살펴보면 다음과 같습니다.
자금 관리를 매우 보수적으로 운용하거나 연세가 많은 어르신 중에는 각 금융기관에 5000만원씩 분산 예치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하지만 딱 그 한도까지만 예금이 보장된다면 경제체제의 운영이 어려울 것입니다. 작년 미국 실리콘밸리 은행이 파산했을 때, 미국 정부에서는 예금보장한도인 25만달러를 초과하는 경우에도 예금을 보장해주기로 했습니다. 얼마 전 새마을금고의 예금 인출사태가 벌어졌을 때, 우리 금융당국에서도 유사한 조치를 취했습니다. 왜 그랬을까요? 뱅크런이 되면 해당 은행뿐만 아니라 금융계 전체에 심각한 영향이 끼치는 것을 우려했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예금자보호 한도 자체에 무게를 두는 것보다, 금융위기 발생시 나의 자산을 바로 받을 수 있는 규모와 안정성이 있는 금융기관인지를 파악하고 예치하는 것이 현명한 방법이라고 하겠습니다.
금융기관에서는 투자상품 가입시 투자자의 투자성향을 진단하고 금융투자상품과 펀드에 대한 위험 분류를 다음과 같이 분류하고 있습니다.
금융투자상품 가입 시 상품별 위험등급과 나의 투자성향에 맞는 상품선택을 하는 것이 첫번째 스텝입니다.
금융상품의 경우 맨 아래등급인 5등급 초저위험 상품은 채권은 국고채, 지방채이고 4등급은 신용등급이 AAA ~ AA로 우수한 채권, 1등급은 BB+ 이하로 부도확률이 높은 채권으로 분류합니다. 펀드상품의 경우, 1,2등급의 높은위험 상품은 주식형펀드, 파생상품 펀드 등으로 손실확률이 높은상품이고, 6등급 펀드에는 MMF 상품으로 손실위험이 거의 없습니다.
금융상품 중 국채, 지방채 채권과 머니마켓펀드(MMF)는 상대적으로 안전한 상품입니다. 그러나 경제위기가 닥치거나 당장 쓸 돈이 필요해 유동성을 확보하려고 할 때, 100% 안전하다고 이야기하기 어렵습니다.
채권 중 국채는 국가가 원금과 이자를 보장하므로 매우 안전한 상품입니다. 하지만 만기 전 자금이 필요해 중도 매매를 할 경우에, 금리가 상승해 채권가격이 하락할 경우 원금손실의 위험이 있습니다. 참고로 채권의 가격은 금리의 방향과 반대로 평가됩니다. 금리변화 추이를 예상해 조금씩 분산투자하고 중장기로 금리가 하락하는 것이 예상될 때 비중을 조금씩 늘려가면 것이 좋습니다.
MMF는 한 달 내 자금운용을 하고자 하는 기업, 소상공인이 많이 이용하는 상품입니다. 이중 국공채 MMF는 30일 이내 만기의 우량채권으로 운용해 은행의 보통예금보다 높은 수익을 얻을 수 있습니다. 다만 이 상품도 원금보장이 법적으로 보장되지 않은 투자상품 중 하나로 시장에 나쁜 이벤트가 발생하면 유동성 문제가 발생할 수 있습니다.
안정성에 더 무게를 두는 투자자라면, 국채, 지방채 등으로 구성된 '국공채 MMF'를 가입하는것을 추천합니다. 일반 MMF와 수익률에서 큰 차이가 나지 않고, 운용되는 구성 채권에 안심할 수 있습니다.
안전한 투자상품이 있을까요? 물론 있습니다. 하지만 다음의 몇 가지는 유의해야 합니다.
첫째, 법적으로 원금이 보장되는 투자상품은 없습니다. 따라서 만일의 경우를 대비해 포트폴리오의 일정부분, 즉 6개월 정도의 생활자금은 정기예금으로 예치해 유동성을 확보해 둡니다.
둘째 ,안전한 투자상품중 수익률까지 좋은 상품은 없습니다. 그렇다고 광고하면 무조건 의심해야 합니다. 정기예금 1년제 금리수준(현재 연 4~5% 수준)을 비교해 기간별로 이에 상응하거나 2~5% 수준까지 조금 더 수익을 얻을 수 있는 수준의 상품으로 분산 투자합니다.
셋째, 공격적인 투자보다는 최소한 투자금을 잃지 않고, 보수적인 운용전략이 필요한 시기입니다. 또한 매일 변하는 금융환경에서 본인의 금융자산을 경제상황에 맞게 주기적으로 체크하고 리밸런싱(비중 조절)해야 합니다.
미국이 상당기간 고금리를 가져갈 것이라는 어두운 뉴스들이 보도되고 있습니다. 그러나 경제는 주기적으로 성장과 침체를 반복해왔다는 것을 파악하고 포트폴리오를 구성해야 합니다. 지금은 저성장, 불황의 터널에서 잘 버텨내는 전략과 주기적인 점검이 필요합니다.
<한경닷컴 The Moneyist> 하준삼 한국외국어대학교 겸임 교수, 경영학 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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