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벨상 받는데 평균 30년"…60년 전보다 2배 더 걸려

입력 2023-10-02 15:24
수정 2023-10-02 15:30


"지난해 인류에게 가장 큰 공헌을 한 사람에게 수여하라"는 알프레도 노벨의 유언과 달리 과학 성과를 낸 연구자가 노벨상을 받기까지 걸리는 '노벨 시차(Nobel lag)'가 증가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2일 업계에 따르면 과학전문저널 '네이처'는 지난달 29일(현지시간) 최근 10년간 노벨과학상 수상자가 성과를 낸 뒤 수상하기까지 30년이 걸렸고, 그 기간이 더 길어지고 있다고 전했다.

60년 간 노벨 시차는 평균 두 배 가까이 증가했다. 1951~1960년과 2010~2019년 사이 각 노벨과학상 수상자의 노벨 시차를 분석했더니 화학상은 16년에서 30년으로, 물리학상은 12년에서 28년으로, 생리의학상은 13년에서 29년으로 늘었다. 반면 경제학상 수상자는 전체 기간 모두 노벨 시차가 30~34년 수준이었다.

노벨 시차의 변화를 분석한 산토 포투나토 미국 인디애나대 컴퓨터공학과 교수는 "현재 찾아볼 수 없지만 20세기 전반에는 30대가 노벨상을 수상하는 일이 흔했다"고 했다.

노벨 시차는 1960년대 이후 가파르게 증가했다. 전문가들은 획기적인 발견의 숫자가 늘었다는 점을 이유로 꼽았다. 얀 인 미국 코넬대 교수는 "수상 자격이 있는 연구자 숫자가 늘어 마치 '잠자는 숲속의 공주'처럼 어떤 연구는 수 년, 수십 년이 지나서야 중요성을 인정받기도 한다"고 했다.

일례로 존 구디너프 미국 오스틴 텍사스대 교수는 40여 년 전 연구 성과를 인정 받아 2019년 97세의 나이로 노벨화학상을 수상했다. 그는 1979년 리튬-이온 충전식 배터리에 리튬 코발트 산화물을 사용해 고밀도의 에너지를 저장하는 방법을 개발했는데, 이 연구 성과는 리튬 이온 배터리 소재 개발에 근간이 됐다.

점차 더 많은 연구 성과가 나오지만 과학계 패러다임을 바꿀 만큼 파급력이 큰 성과는 줄었다는 분석도 있다. 포투나토 교수는 "최근 이런 대규모 연구 성과는 줄었지만 만약 나온다면 예전보다 빠르게 인정받는 추세"라고 설명했다.

제니퍼 다우드나 미국 버클리 캘리포니아대(UC버클리) 교수와 에마뉘엘 샤르팡티에 독일 막스플랑크연구소 교수는 크리스퍼 유전자가위(CRISPR-Cas9)를 개발한 지 8년 만에 2020년 노벨화학상을 수상했다. 이런 추세에 맞춰 일각에서는 코로나19 팬데믹 기간 메신저리보핵산(mRNA) 백신을 개발한 연구자들이 머지 않아 노벨상을 수상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노벨 시차가 늘면서 훌륭한 연구 성과가 수상 기회를 놓칠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왔다. 포투나토 교수는 "노벨위원회의 사후 수상 금지 규정으로 저명한 과학자들이 상을 받지 못할 수 있다"고 했다. 노벨위원회은 1974년 제정된 법령에 따라 사망자에게는 노벨상을 수여하지 않는 것을 원칙으로 하고 있다.

한편 올해 노벨 과학상은 2일 생리의학상을 시작으로 3일 물리학상, 4일 화학상 수상자를 발표한다.

이영애 기자 0a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