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해 임신된 아기 3명 중 1명이 유산으로 세상에 태어나지 못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최근 10년 간 유산된 아기만 146만명 수준으로 한해 출생아 수의 6배에 달한다. 늦은 결혼으로 출산 연령이 높아지고, 직장 생활을 하는 여성들이 늘면서 유산 위험도 높아지는 추세다.
강기윤 국민의힘 의원(경남 창원시 성산구)이 2일 건강보험공단으로부터 제출받은 ‘최근 10년간 월별 유산 및 사산 현황’에 따르면 2013년부터 2022년까지 10년 간 전체 유산 수는 146만4636명에 달했다. 이 기간 중 출생아 수(348만5907명)의 42% 수준이다.
출산아 수 대비 유산아 수 비율은 점점 높아지고 있다. 2013년에는 출생아 수 43만6455명에 유산아 수가 16만3936명으로 37.56%이었다. 2022년에는 24만9186명이 태어나는 동안 12만3003명이 유산돼 이 비율이 49.4%로 높아졌다. 임신을 하면 3명 중 1명은 유산하고, 2명은 출산하는 셈이다.
출산아 수가 점점 줄어들면서 10년 간 전체 유산 수(146만4636명)는 작년 출생아 수(24만9186명)의 6배에 달했다. 출산이 가능한 임신 20주 이후 사망한 사산아수는 최근 10년 간 4510명이었다.
이처럼 유산 비율이 점점 높아지는 원인으론 △늦어지는 초산 연령 △장기간의 근로 및 스트레스가 꼽힌다. 통계청에 따르면 2010년 30.1세였던 평균 초산 연령은 2021년 32.6세로 높아졌다. 초산 연령이 늦어지는 경향은 유사하지만 2020년 기준으로 27.1세인 미국, 29.1세인 영국, 30.7세인 일본 등 경제개발협력기구(OECD) 선진국들에 비해 2~5세 가량 높다.
40대 산모가 전체 분만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같은 기간 3.2%에서 8.0%로 4.8% 포인트 커졌다. 일반적으로 여성의 가임력은 20대 초·중반에 최고조에 달하며 그 이후부터 서서히 떨어져 30대 중·후반부터 저하가 가속화된다. 40대부터는 자연임신 가능성이 크게 떨어지고 유산율 또한 올라간다.
여성의 경제활동이 늘어난 것도 유산율이 높아진 한 요인으로 꼽힌다. 지난 1월 국립중앙의료원(NMC) 산부인과 전문의 연구팀이 발표한 연구에 따르면 직업이 없는 임산부의 유산율은 14.7%로 직업이 있는 임산부 유산율(12.8%)보다 1.9%포인트 높았다. 연구팀은 불규칙한 근로시간과 근무 과정에서 받는 스트레스 등이 유산에 영향을 끼칠 수 있다고 분석했다.
정부가 자녀가 초등학교 2학년(만8살)일때까지만 쓸 수 있었던 근로시간 단축제 사용 시기를 초등학교 6학년 자녀에게로 확대한다는 방침을 밝히는 등 임산부의 근로 부담을 줄여주는 정책을 내놓긴 했지만 이 제도의 사용률은 극히 낮은 상황이다. 고용노동부에 따르면 2021년 기준 이 제도를 활용한 실적이 있는 사업체 비율은 전체의 7.4%에 불과했다. 이 제도는 아이를 돌보기 위해 한 주 15~35시간 수준으로 노동 시간을 줄이는 대신, 고용보험으로 줄어든 노동 시간에 대한 급여를 일부 지원하는 제도다.
강 의원은 "우리나라 출산율이 세계 최저인 상황에서 유산이나 사산으로 생명을 잃은 것은 안타까운 일"이라며 "저출산 현상 극복을 위해서 출생아 수를 늘리는 노력과 함께 유산을 줄이는 다양한 정책적 노력이 병행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황정환 기자 ju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