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기업 인사팀에 입사한 동열씨(가명)는 주재원, 해외 연수·교육 파견자 관리 업무를 담당하게 됐다. 구체적인 업무는 주재원·파견자 선발, 주재·파견 기간 동안 관리 및 지원, 복귀 및 복귀 후 업무배치에 관한 업무이다. 주재원은 직장인의 꽃이라고 불릴 정도로 많은 직장인이 선망하는 자리지만, 현지 적응 또는 적합한 업무 부여 등을 신경써야 하고, 해외 연수·교육은 최근 들어 이를 이직의 기회로 삼는 경우가 많아 관리를 잘 해야 한다는 설명을 들었다.
동열씨가 처음으로 맞닥뜨린 어려운 문제는 주재원의 조기복귀였다. A는 홍콩 주재원으로 선발돼 근무하던 중 업무 부적응 및 현지 상사와의 다툼으로 불과 3개월만에 한국으로 복귀하게 됐다. A는 주재원이 되는 것만 바라보고 살아왔고 거주 문제, 자녀 교육 문제도 있는데 바로 한국으로 복귀시키는 것은 너무한 것 아니냐며 반발해 법원에 전보무효확인소송을 제기했다.
동열씨는 소송 대응을 하게 되었는데, 자료를 살펴보던 중 홍콩 주재원은 홍콩법인과 별도의 근로계약을 체결하고, 홍콩 근로계약상 홍콩 법률을 준거법으로 규정하고 있으며, 전보발령의 유효성 판단에 있어 우리나라 법률보다 홍콩 법률의 적용이 보다 유리하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특히 우리나라 판례상 전보발령으로 인한 생활상 불이익이 상당히 중요하게 고려되고 있고, A는 단기간에 주재원 발령 및 복귀가 이루어져 생활상 불이익이 적지 않다고 볼 수 있는 상황인데, 홍콩 법률이 적용되면 생활상 불이익을 크게 고려하지 않아도 됐다. 그리고 A는 홍콩에서 업무처리가 늦어 고객사와 동료들의 불만을 지속적으로 야기하였고, 이는 A가 해당 업무를 처리한 경험이 거의 없었던 것이 원인이었으며, 마침 국내에 A가 원래 담당하던 업무를 맡을 사람이 필요한 상황이 발생한 상황이었다.
동열씨의 아이디어 덕분에 법원으로부터 준거법은 홍콩 법률이고, 그에 따를 때 A를 한국으로 복귀시킬만한 정당한 이유가 있어 전보발령은 정당하다는 판결을 받게 되었고(수원지방법원 2022. 5. 12. 선고 2020가합30951 판결), 주재원 관련 분쟁 시 근로계약상 준거법을 잘 살펴봐야 한다는 교훈을 얻었다.
다음으로 주재원이 국내로 복귀하기 전 회사 영업비밀을 유출하는 일이 발생했다. B는 주재원 근무 기간 미국에 정착하기로 마음을 먹고 회사에 현채인 전환을 신청하였으나 이미 매우 예외적으로만 허용되는 것이어서 거절당했다. 그러자 B는 미국에서 취업을 시도하였는데 그 과정에서 회사에서 다루던 정보 상당수를 개인 이메일 계정으로 송부했고, 이메일 수발신 내용 확인 과정에서 해당 정보가 취업 인터뷰에 활용된 사실이 드러났다. 회사에서는 주재원 복귀 시 업무용 노트북을 포렌식하여 살펴보고 있는데 B는 이런 절차가 있는지 몰랐던 것 같다.
동열씨는 B에 대한 조사를 맡게 되었는데, B는 개인 이메일로 전송한 자료가 업계에서 누구나 알고 있는 범용 자료로서 별로 중요하지 않다는 이유로 항변한 반면, 회사 입장에서는 이를 매우 엄중하게 바라보고 있어 고민이었다. 동열씨는 유출된 정보의 특성이 중요할 것 같다고 생각하던 중 산기법(산업기술의 유출 방지 및 보호에 관한 법률) 제15조 제1항에 국가핵심기술 유출행위가 발생할 우려가 있거나 발생한 때에는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이나 정보수사기관의 장에게 신고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는 것에 착안해 국가정보원에 신고하였고, 산기법 제9조에 따라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에 국가핵심기술 여부 판정신청을 했다. 결국 B가 유출한 정보는 국가핵심기술로 확인됐고, B는 형사기소까지 되었으며, B가 제기한 부당해고구제신청 사건에서는 회사가 무난히 승소를 할 수 있었다. 이번 일로 회사 내 정보보안에 대한 직원들의 경각심이 매우 높아지게 되었다.
이번에는 좀더 어려운 문제에 부딪히게 되었다. 회사와 협력관계에 있는 해외연구소 연수에 선발돼 체류 중인 C가 복귀하지 않고 해외에서 취업을 해버린 것이다. C는 해외연구소 연수 선발 당시 체류 기간만큼 의무복무를 하고, 의무복무 위반 시 교육비용 반환을 하겠다고 서명까지 하였음에도 의무복무를 전혀 하지 않고 교육비용 또한 반환하지 못하겠다고 한 것이다.
회사가 교육비 반환 소송을 제기하였는데, 쟁점은 해외연구소 연수가 근로장소의 변경인지, 위탁교육훈련인지 여부였다. 근로장소의 변경에 해당하면 근로기준법 제20조(사용자는 근로계약 불이행에 대한 위약금 또는 손해배상액을 예정하는 계약을 체결하지 못한다)가 적용되어 교육비 반환이 어려울 수 있다. C는 해외연구소에서도 국내에서 담당하던 업무과 관련된 연구를 하였고, 연구과정이나 성과를 주기적으로 본사에 보고했다면서 해외연구소는 주재원과 다름 없는 근로장소의 변경에 불과하다고 주장했다.
동열씨는 C를 선발하는 과정부터 관여했었는데, 면담 과정에서 C는 주재원은 싫고 해외연구소가 좋다고 했고, 선발 과정에서 삼수(三修)까지 할 정도로 해외연구소 선발을 간절히 원하였으며, 리프레쉬가 필요하다는 말까지 하였기 때문에 근무장소 변경이라는 C의 주장이 기가 막힐 뿐이었다. 실제로 해외연구소 연수는 많은 이들이 앞다퉈 가고 싶어하는 선망의 자리였다. 소송 과정에서 동열씨는 이러한 배경사실 뿐만 아니라 위탁교육 과정이라고 하더라도 최소한의 보고의무조차 부과하지 않는다면 회사가 업무 공백과 비용 지출을 감수하고 마련한 연수과정이 사실상 직원들의 휴식 내지 관광으로 변질돼 도덕적 해이가 발생하거나 제도의 취지가 훼손될 수 있다는 점도 강조하였고, 법원은 이를 고려하여 해외연구소 연수는 위탁교육훈련이므로 C는 교육비를 반환할 의무가 있다고 판단했다(수원지방법원 2013. 6. 13. 선고 2012가합23774 판결 참고). 회사에서 누릴 수 있는 것은 최대한 누리면서 최소한의 의무조차 이행하지 않은 이기적인 행태에 경종을 울리는 계기가 되었다.
김상민 법무법인 태평양 변호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