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이 지난해 12월 '문재인 케어' 폐기를 공식화했지만 문케어로 인한 건강보험 지출 증가세는 현재진행형인 것으로 나타났다. '불필요한 과잉 진료' 논란이 컸던 자기공명영상(MRI)과 초음파 검사 관련 건보 급여 지출은 올 1분기에도 전년 동기 대비 14% 늘었다. 문케어로 인한 건보 지출 규모는 5년 만에 42배 폭증한 것으로 집계됐다.
2일 이종성 국민의힘 의원이 국민건강보험공단으로부터 제출받은 '문재인 케어 실집행액' 자료에 따르면 올 1분기 MRI 급여화 관련 건보 지출액은 1058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24% 증가했다. 초음파의 경우도 1분기 2845억원 집행돼 작년보다 11%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초음파와 MRI를 합치면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4.3% 증가했다. 건보공단 관계자에 따르면 올해 2~3분기까지 초음파·MRI 관련 지출 증가세는 유지됐을 것으로 추정된다.
문케어로 인한 건보 지출 총액은 지난해 7조6950억원으로 전년(6조7167억원)보다 14.6% 늘었다. 2017년(1842억원)과 비교하면 5년 만에 42배 폭증했다. 2018년부터는 매년 조 단위로 불어나고 있다.
윤 대통령이 문케어 폐기를 선언한 것은 작년 12월이다. 윤 대통령은 전임 정부의 건보 보장성 확대 정책을 겨냥해 "의료 남용과 건보 무임승차 방치", "국민 혈세를 낭비하는 인기 영합적 포퓰리즘 정책"이라고 비판을 쏟아내며 건보 개혁을 주문했다. 이에 따라 올해 2월 '건보 지속가능성 제고 방안' 후속 조치가 발표됐다.
그러나 문케어로 인한 건보 지출 증가 추세는 여전히 이어지고 있다. 보건복지부는 지난 상반기 감사원 등을 통해 밝혀진 초음파·MRI 등의 불분명한 검사 시행 사례에 대해 점검했고, 관련 고시를 개정했다. 초음파의 경우 상복부 급여 기준을 강화해 올해 7월부터 적용했다. 뇌·뇌혈관 MRI 급여 기준 강화 고시 개정은 지난 7월 이뤄져 이달부터 시행된다. 고시가 늦어져 본격적으로 적용되는 시점이 사실상 하반기로 넘어가 문케어발(發) 재정 지출 증가 추세가 지속된 것으로 분석된다.
정치권에선 "건보공단이 문재인 케어 사업 정리에 적극적이지 않다"는 지적도 나온다.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소속인 이 의원은 "공단 세부 사업 내역을 보면 건보 지속가능성 제고를 위한 별도 사업이 마련돼 있지 않다"며 "문케어 급여 지출 과다 항목에 대한 성과지표조차 없고, 뇌 관련 MRI와 초음파 일부만 손 보는 데 그쳤다"고 꼬집었다.
이런 가운데 복지부는 지난달 26일 내년 직장가입자의 건보료율을 올해와 같은 7.09%로 동결했다. 건보료율 동결은 2017년 이후 7년 만이다. 건보 재정이 최근 2년간 흑자를 기록한 데다 당초 적자전환이 예상된 올해도 흑자를 이어갈 것으로 예측되면서 동결했다는 설명이다. 내년 총선을 앞두고 있는 점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풀이된다.
건보 누적 적립금은 코로나19 기간 사회적 거리두기 조치로 병원 방문 수요가 줄면서 2021~2022년 흑자를 냈다. 하지만 급속한 고령화로 2028년 건보 적립금이 고갈될 것으로 예상되는 상황에서 재정 우려는 커지고 있다.
설지연 기자 sj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