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U, 세계 첫 탄소세 시동…포스코 등 배출량 보고해야

입력 2023-10-02 18:15
수정 2023-10-03 00:59
유럽연합(EU)이 세계 최초의 탄소국경세 시행을 앞두고 지난 1일부터 철강 등 수출 품목의 탄소 배출량 보고를 의무화했다. 포스코 현대제철 등 한국 철강업계도 긴장하고 있다.

2일 EU 집행위원회에 따르면 2025년까지 탄소국경조정제도(CBAM) 시행을 위한 전환기(준비기간)가 1일부터 가동됐다. 전환기엔 제3국에서 생산된 시멘트, 전기, 비료, 철 및 철강 제품, 알루미늄, 수소 등 6개 제품군을 EU에 수출하려면 생산 과정에서 탄소 배출량을 산출해 EU에 분기별로 보고해야 한다.

첫 보고서인 올해 10~12월 배출량 보고 마감 시한은 내년 1월 말이며, 기한을 어기거나 보고 규정을 지키지 않으면 t당 10~50유로의 벌금 등 벌칙이 부과된다. 벌금만큼 가격이 오르는 셈이어서 경쟁력이 떨어진다.

한국은 철강이 이번 조치의 직접적인 영향을 받는다. CBAM 대상 품목 중 철강이 차지하는 비중이 약 89.3%(45억달러)로 가장 크다. 한국 철강업계는 지금은 보고 의무만 부여되는 만큼 큰 부담은 없지만, 제품별 탄소 배출량 보고 규정이 까다로운 데다 기업 경영상 비밀이 새 나갈 수 있다는 점을 우려하고 있다. 국내 철강사 관계자는 “보고에 따라 추가 비용이 들고 민감한 기업 정보가 문서화돼 남는다는 점이 우려스럽다”며 “이 같은 우려를 EU 집행위에 전달하고 있다”고 말했다.

EU는 탄소 배출량 보고서를 수출기업이 아니라 해당 기업의 제품을 사들여 판매하려는 ‘EU 역내 수입업자’가 제출하도록 했다. 수출기업은 EU 수입업체에 관련 정보를 세세하게 알려야 한다.

다른 제품으로 확산하는 점도 우려되는 사항이다. KOTRA는 최근 발간한 ‘EU 탄소국경조정제 Q&A북’에서 “EU는 유기화학품, 폴리머 등 탄소 배출 위험이 있는 기타 제품으로 CBAM 적용 범위를 확대해나갈 계획”이라며 “현지의 논의 동향을 주시하고 적용 유망 품목을 제조하는 기업은 탄소발자국 정보 확보 등 선제 대응이 요구된다”고 지적했다.

2030년까지 탄소 배출량 55% 감축을 목표로 하는 EU의 ‘핏 포 55(Fit for 55)’ 정책 패키지의 일환인 CBAM은 환경규제 강화로 EU 역내 저탄소 제품 생산 기업들이 값싼 역외국 수입제품과의 가격 경쟁에서 뒤처진다는 지적에 따라 마련된 제도다.

김재후 기자 hu@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