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지역 새마을금고 이사장이 신입 직원의 가족에 관한 신상정보가 알려졌다는 이유로 직원들에게 “자필 반성문을 쓰고 다른 지점을 돌며 확인 도장을 받아오라”는 등 갑질을 해온 것으로 나타났다. 직원 두 명은 이사장의 압박에 사직서를 내기도 한 것으로 확인됐다. 새마을금고중앙회는 제대로 된 절차를 거치지 않고 임의로 직원을 징계한 해당 이사장에 대한 감사에 들어갔으나 결론을 내지 않고 시간을 끌고 있다. 임의로 직원 징계한 이사장2일 새마을금고에 따르면 중앙회는 2021년 1~2월 서울 삼선동의 S새마을금고(현재 동선동으로 이전) 이모 이사장에게 직장 내 괴롭힘을 당했다는 신고를 지난 7월 받고 진상 조사에 들어갔다. 중앙회는 외부 노무사를 통해 피해자와 사건 관계인을 면담하는 등 내용을 파악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 이사장은 내부 징계 절차를 따르지 않고 임의로 직원들에게 자필 반성문을 작성해 인근 지점 일곱 곳을 돌아다니며 각 지점장에게 확인 도장을 받게 한 것으로 알려졌다. 직원들을 ‘조리돌림’시킨 셈이다.
징계의 표면적 원인은 이 새마을금고 신입 직원에 관한 신상정보 유포다. 이 금고에 새로 입사한 A씨가 D새마을금고 이사장의 자녀란 소문이 직원 사이에서 퍼진 것이다. D금고 이사장은 이 이사장 측에 연락해 소문을 퍼뜨린 직원에 대한 강력한 처벌을 요구했다.
이 이사장은 곧바로 직원 징계에 들어갔다. 직원 세 명에게 새마을금고 내부통제 규정과 복무규정, 반성문 등을 자필로 적어 S금고 소속 지점 일곱 곳에서 확인 도장을 받도록 했다. 또 다른 직원 두 명은 사직서 제출을 강요받고 회사를 그만뒀다가 민원을 제기해 가까스로 복직했다.
징계를 담당한 S새마을금고 책임자는 “이사장 지시사항”이라며 “따르지 않을 경우 정식으로 징계위를 열겠다”고 직원을 압박했다. 반성문을 작성하고 지점을 방문하느라 직원들은 최장 사흘간 연차를 써야 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사건 덮으려 한 중앙회직원들은 이 이사장의 징계가 내부 절차를 위반했다고 주장했다. 새마을금고 복무규정 등에 따르면 직원에 대한 징계 유형으로 면직과 정직, 감봉, 견책 등이 있지만 반성문을 써서 확인 도장을 받아오라는 식의 처벌 규정은 없다. 권고사직 등 중징계는 이사회 의결 등을 거쳐야 하지만 이 같은 절차도 밟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직원들은 사무실에서 오가는 A씨 관련 소문을 듣거나 직원 조회를 옆에서 본 잘못밖에 없다고 주장했다. 중앙회 관계자는 “직원 징계는 이사장 권한으로 이뤄지기 때문에 중앙회가 개입할 수 없었다”고 했다.
새마을금고중앙회는 이 이사장에 대한 감사에 착수했다. 권고사직과 반성문 작성 등의 징계가 제대로 된 절차를 거쳐 내려졌는지를 확인할 예정이다. 다만 중앙회가 정확한 진상 조사 대신 사태를 조용히 덮으려 했다는 의혹도 나오고 있다. 중앙회는 지난 7월 해당 사안을 접수했지만 아직 결론을 내지 않고 있다.
한국경제신문이 입수한 녹취록에 따르면 중앙회 관계자는 이 이사장에게 “이번 사건이 외부에 알려지면 좋을 게 없으니 빨리 봉합해달라”고 요구했다. 이 이사장 역시 갑질 의혹에 대한 중앙회의 압박에 직원들에게 “이번 사건만 (조용히) 넘어가 달라”고 한 것으로 전해졌다. 반성문 작성 지시에 대해선 “징계 책임자에게 전달이 잘못됐을 뿐”이라고 발을 뺐다. 입장을 듣기 위해 이 이사장 측에 연락을 시도했지만 취재에 응하지 않았다.
새마을금고 이사장들의 비위 행위가 도마에 오른 것은 처음이 아니다. 금융위원회는 지난달 말 새마을금고 등 상호금융업 중 규모가 큰 기관에는 준법 감시인을 두도록 하고 이사장(조합장)의 장기 재임을 제한하기로 하는 규제 방안을 발표했다.
이광식/곽용희 기자 bumer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