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발 보복소비로 뜨거웠던 온라인 패션시장의 성장세가 주춤하면서 패션앱의 옥석 가리기가 본격화되는 추세다. 물가상승과 해외여행 정상화로 쇼핑 심리가 위축되며 패션앱들의 희비가 엇갈리는 상황이다. 2년 전인 2021년까지만 해도 온라인 패션시장은 수천억원대의 자금이 몰리며 주요 패션앱들의 인수합병(M&A)이 활발히 이뤄졌다.
당시의 인수합병 성과가 윤곽을 드러내면서 온라인 패션 시장의 절대적인 ‘1강’으로 꼽히는 ‘무신사’를 필두로 대기업의 자본력을 뒷배로 둔 ‘W컨셉’과 ‘지그재그’ 등 ‘2중’, 그리고 적자를 이어가는 중인 ‘브랜디’와 ‘에이블리’ 등 ‘2약’의 체제가 형성됐는데, 이같은 구도가 굳어질지 업계의 관심이 쏠린다. ○시장 급성장에 인수·투자 봇물
3일 통계청 온라인 쇼핑동향에 따르면 올 1~7월 누적 온라인 패션쇼핑 거래액은 30조5244억원으로 전년 동기 3.44% 늘어나는 데 그쳤다. 같은 기간 두 자릿수 성장률(10.39%)을 보이던 2021년과는 사뭇 다른 분위기다. 2021년은 사회적 거리두기로 온라인 채널의 중요성이 커진 가운데 소비심리는 급증하면서 온라인 패션시장이 급팽창하던 시기다. 시장이 빠르게 성장하면서 주요 패션앱들이 매력적인 매물로 부상했다.
특히 신세계와 카카오 등 대기업들이 패션앱에 눈독을 들였다. 가장 적극적이었던 건 신세계다. 자회사인 쓱닷컴 키우기에 한창이던 신세계는 상대적으로 미진한 분야인 온라인 패션 부문을 강화하기 위해 2021년 4월 약 3000억원을 들여 여성 패션앱인 W컨셉을 인수했다. 시장의 성장성을 보고 카카오도 지그재그를 품었다.
무신사도 참전했다. 여성 고객층 확대를 위해 W컨셉과 ‘29CM’를 함께 저울질하던 무신사는 신세계가 W컨셉을 먼저 인수하자 29CM와 모기업 ‘스타일쉐어’ 지분을 100% 매입하기로 결정했다. 인수까지는 아니지만, 대규모 투자 유치에 성공한 패션앱들도 잇따랐다. 동대문 기반 패션앱인 브랜디와 에이블리가 대표적이다. 브랜디는 2020년과 2021년 네이버로부터 총 300억원의 투자를 받았고, 에이블리는 2021년 600억원이 넘는 투자금 유치에 성공했다. ○29CM 품은 무신사 ‘절대적 1강’
온라인 패션시장의 열기가 가라앉으면서 2년 전 ‘쩐의 전쟁’의 성적표가 윤곽을 드러내고 있다. 29CM 인수로 여성·라이프스타일의 두 마리 토끼를 잡은 무신사는 시장의 공고한 ‘1강’ 자리를 굳혔다. 1020 남성에 치우쳤던 무신사의 주고객층이 2030 여성으로 대폭 확대됐는데, 29CM의 거래액은 지난해 경쟁사인 W컨셉을 넘어서며 여성 패션앱 1위에 오르기도 했다. 무신사와 29CM 외에도 자체브랜드(PB) ‘무신사스탠다드‘, 한정판 플랫폼 ‘솔드아웃’ 등으로 사업을 다각화하면서 지난해 거래액은 3조4000억원, 매출은 7000억원을 기록했다.
매출 1000억원대의 W컨셉과 지그재그는 ‘2중’으로 분류된다. 모회사와의 시너지와 자금력으로 비교적 안정적으로 사업을 펼치고 있지만, 수익성 개선과 차별화가 고질적인 숙제다.
몇 안 되는 ‘연간 흑자 패션앱’에 속하는 W컨셉은 쓱닷컴 인수 후 신세계백화점과 연계한 오프라인 진출에 힘을 주고 있다. 현재 신세계백화점 경기·대구·강남점에 매장을 운영 중이고, 연내 1개 매장을 추가 오픈한다. 신세계면세점 온라인몰에도 입점하는 등 신세계의 유통망을 적극 활용하는 모양새다. 지난해 매출은 1368억원으로 전년보다 34.88% 늘었지만, 여성 패션앱 1위 자리를 29CM에 내준 만큼 역전을 발판을 마련하는 게 관건이다. ○브랜디·에이블리 적자 탈출 요원
지그재그를 운영하는 카카오스타일은 영업손실이 2021년 385억원에서 2022년 521억원으로 불어난 상황이다. 다만 지속적인 수익성 개선 노력으로 매분기 적자폭이 감소하고 있을 뿐 아니라 카카오라는 모회사 덕에 운영자금 수혈에 문제는 없을 것이라는 관측이다. 현재 카카오가 주요 계열사들의 구조조정을 단행하고 있는 만큼 카카오스타일도 그 대상이 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2021년 인수보다는 투자를 택한 동대문 패션앱 브랜디와 에이블리는 적자 경영을 지속하고 있다. 브랜디의 경우 지난해 매출이 전년도보다 7% 넘게 줄어든 1172억원에 영업손실은 321억원이다. 에이블리도 지난해 744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했다. 2021년에 이어 지난해에도 자본잠식 상태다. 업계 관계자는 “브랜디와 에이블리의 경우 지그재그처럼 든든한 모회사가 없다는 점이 다르다”며 “비용을 효율화하고 있다고 해도 자체 성장동력을 마련하지 못할 경우 실적이 개선될지는 미지수”라고 말했다.
양지윤 기자 y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