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배에 의한 후배 지도
1970~80년대는 평생직장이었습니다. 20대에 직장 생활을 시작해 50대에 퇴직할 때까지 한 직장에서 근무했습니다. 회사는 직원 중에서 관리자, 경영자를 선발해야 했습니다.
전사적 관점에서 다양한 지식과 경험으로 올바른 판단과 결정을 해야 합니다.
관리자가 될 직원의 조건, 경영자가 될 직원의 조건과 비공식화된 프로세스를 가지고 사전 내정을 했습니다. 당시는 과부제였기 때문에 과장이 될 대리, 부장이 될 과장, 임원이 될 부장에 대해 크게 3가지 요건을 살폈습니다. 업적, 역량, 리더십입니다. 업적은 주로 평가 결과로 판단했고, 역량은 한 단계 위의 직책을 수행할 수 있는가? 리더십은 대부분 상사의 의견으로 점검했습니다. 부장과 임원은 선임 개념으로 공석이 생겼을 때 선임 과장, 선임 부장이 승진했습니다. 이 시대에는 기수에 의한 선배와 후배가 명확했습니다.
신입사원이 입사하면, 2년 정도 먼저 입사한 과의 직원이 ‘OJT 선배’가 되어 지도합니다. 회사 생활, 기본 예절, 문화와 분위기, 매뉴얼 등 일의 전반적인 내용을 설명하고 업무를 줍니다. 이 보다 더 중요한 지도는 인간관계입니다. 과 선배들이 업무와 관련이 있는 타 팀 또는 외부 네트워크 구축에 큰 영향을 줍니다. 직접 소개하거나 만나는 방법을 지도합니다. 이렇게 신입사원은 선배에게 일을 배우고 회사 전반에 대한 이해를 하며 한 사람, 한 사람 알아 갑니다.
팀제로 바뀐 요즘 ‘선배에 의한 후배 지도’는 희미합니다.
선배와 후배라는 개념보다 동등한 팀원으로 수평 관계를 중시합니다. 입사 시점부터 업무가 분장돼 다른 팀원의 업무에 신경 쓸 여력도 없고, 쓸 수도 없습니다. 전임자에 의한 간단한 인수인계와 직무 관련 자료가 전부입니다. 이전 담당자가 퇴직한 경우에는 이 직원의 암묵지는 사라지게 됩니다. 전임자가 3년 동안 한 직무를 수행했다면 신입사원이 이 직무를 수행할 때 전임자와 팀 선배의 도움이 없다면 매우 낮은 수준으로 추진될 것입니다. 직무 수행이 향상되기는 커녕 유지도 어려운 상황이 됩니다. 글로벌 경쟁이며 까다로운 고객이라면 경쟁에서 질 수 밖에 없습니다.
훈육인가? 처벌인가?
선배에 의한 후배 지도가 실행되는 회사에서는 조직 내 엄격한 규율이 있지만 정도 있습니다.
신입사원이거나 경험치가 낮은 사원들은 실수가 많고 해본 일도 능숙하게 처리하지 못합니다. 시간이 없거나 중요한 일인 경우, 선배 입장에서는 답답하기도 하고 마음이 급하기도 합니다. 선배는 후배에게 실수를 잡아주며 한 마디 합니다. 후배가 능숙하게 일을 잘하라는 마음이 있기에 후배는 죄송하다는 말과 함께 늦은 시간까지 수정을 하거나 완벽하게 할 때까지 노력합니다. 선배의 훈육을 감사하게 생각합니다.
선배에 의한 후배 지도가 없는 회사는 팀장과 팀원으로 일이 진행됩니다. 신입사원의 잦은 실수, 미숙한 일 처리가 그대로 팀장에게 올라갑니다. 여러가지 업무 결정을 해야 하고, 새로운 과제를 발굴하고 성과를 내야 하는 팀장 입장에서는 저부가가치 직무에 대한 지도가 버겁습니다. 한 두 번이 아니고 당연히 해야 하는 일에 같은 실수를 하는 신입사원을 보면 화가 납니다. 가져온 보고서를 찢어버리고 싶지만, 불러서 정신차리라고 한마디 합니다. 중간에 팀 선배들이 봐주면 좋겠는데, 자신의 일이 아니면 신경 쓰지 않는 문화와 이런 제도가 한탄스럽습니다. 팀원에 대한 훈육보다는 질책하게 되는 자신을 바라봅니다. 어느 날, 팀장에 대한 다면 평가에서 낮은 점수를 받게 되고, 외부 기관의 직장 내 괴롭힘으로 투서를 받고 나면 팀장은 생각을 바꿉니다. 가르치려는 생각보다 잘못한 것에 대한 서면 경고, 회사 징계위원회 회부 등을 하며 처벌을 선택합니다.
처벌이 아닌 훈육이 되기 위해서는…
조직과 구성원의 성장과 성과는 그 조직을 맡고 있는 조직장의 리더십(그릇) 크기에 비례합니다. 결국 팀과 팀원은 팀장에 의해 성장할 수도, 도태될 수도 있습니다. 팀장이 팀과 팀원에 대한 관심을 갖고, 진정성 있게 성장시키겠다는 마음으로 이끌어야 합니다.
팀장의 성장시키겠다는 마음이 전달되어야 합니다. 팀장의 철학과 원칙, 목표와 중점 과제가 팀원들에게 내재화돼 성과를 내야 합니다. 모든 조직장이 다 알고 있는 내용입니다. 어떻게 해야 한다는 것도 알고 있습니다. 가장 중요한 것은 실행입니다. 저는 3가지만 강조하고 싶습니다. 첫째, 팀의 바람직한 모습, 목표, 중점 과제가 사업과 상사와 명확하게 연계되어 있어야 합니다. 둘째, 팀의 그라운드 룰이 있어 팀원들이 한 마음으로 정렬하고 행동이 일치해 팀워크가 강해야 합니다. 셋째, 모범을 보이는 팀장입니다. 정도경영, 솔설수범, 악착 같은 실행으로 모범을 보이고 이런 행동이 지속돼야 합니다.
팀원은 팀장의 언행을 바라보며 행동합니다. 팀장이 앞에서는 바른 말을 하고, 뒤에서는 도리에 맞지 않는 부정 행위를 한다면 팀원들은 팀장을 신뢰하지 않을 것입니다. 팀장은 좋은 사람이 되려고 노력하는 사람이 아니라 팀과 팀원을 경쟁력 있게 만들려고 노력하는 사람입니다.
<한경닷컴 The Lifeist> 홍석환 대표(홍석환의 HR전략 컨설팅, no1gsc@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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