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 검찰과 금융당국이 세계 최대 명품그룹 루이비통모에헤네시(LVMH)의 베르나르 아르노 회장에 대해 돈세탁 의혹으로 수사에 나섰다. 아르노 회장은 올리가르히(신흥 재벌)로 불리는 러시아 사업가와 함께 스위스 알프스 소재 부동산 거래를 통해 자금을 세탁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29일(현지시간) AFP통신에 따르면 파리 검찰청은 아르노 회장이 러시아 올리가르히 니콜라이 사르키소프와 자금을 세탁한 의혹에 대해 수사를 진행하고 있다고 밝혔다.
보도에 따르면 이번 수사는 프랑스 자금세탁방지당국인 금융정보국(TRACFIN)이 주도하고 있고, 실제 범죄 여부는 결정되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전날 르몽드는 금융정보국을 인용해 사르키소프가 2018년 10월부터 12월까지 개인 1인으로부터 알프스 고급 리조트 지역 쿠르슈벨 소재 부동산 14채를 1600만유로(약 229억원)에 매입했다고 보도했다.
금융정보국은 해당 부동산 거래가 프랑스, 룩셈부르크, 키프로스에 본사를 둔 회사들을 거쳐 진행된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이에 따르면 사르키소프는 '라 플레쉬'사를 거쳐 해당 지역의 다른 부동산 3채를 한 회사로부터 220만유로(약 31억원)에 추가 매입했으나 해당 회사의 실소유주는 사르키소프로 판명됐다. 사르키소프 본인에게 부동산을 판매하는 거래가 이뤄진 것.
금융정보국은 사르키소프가 이같은 거래를 할 수 있도록 아르노 회장이 그의 회사 중 한 곳을 통해 1830만유로(약 262억원)를 빌려준 것으로 보고 있다.
또한 아르노 회장이 2018년 12월 본인의 회사들을 통해 라 플레쉬 지분 전체를 매수해 결과적으로 사르키소프가 매입한 부동산의 실질적인 수혜자가 됐다고 르몽드는 전했다.
금융정보국 관계자는 르몽드에 "이같은 방식의 거래는 자금의 정확한 출처와 실질적인 수혜자, 즉 아르노 회장을 숨기려는 의도로 보인다"고 말했다.
LVMH는 쿠르슈벨에 '슈발 블랑'이라는 리조트를 보유하고 있다. LVMH 측은 르몽드에 사르키소프와의 거래를 인정하고 "슈발 블랑 호텔이 확장을 위해 인접 부동산을 인수한 것"이라며 "모든 거래는 엄격히 법을 준수했다"고 밝혔다.
쿠르슈벨 소재지인 스위스는 ‘페이퍼컴퍼니’(유령 회사)를 통한 돈세탁이 빈번하게 이뤄진 국가다. 기원은 1934년 도입된 ‘은행비밀법’으로, 스위스 은행에 10만프랑 이상을 예치한 사람에게는 신원 확인을 요구하지 않고 계좌 개설, 입출금이 가능하게 했기 때문이다.
한편 아르노 회장은 올해 4월 포브스가 발표한 '2023 세계 억만장자' 보고서에서 재산 2110억달러(약 284조원)로 1위에 이름을 올렸다. M&A를 통해 덩치를 키운 세계 최대 명품그룹 LVMH는 루이비통, 크리스찬디올, 불가리, 티파니 등을 거느리고 있다.
오정민 한경닷컴 기자 bloomi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