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료품도 부족한데 '에너지 대란'까지 닥쳤다…쿠바 '초비상'

입력 2023-09-29 08:24
수정 2023-09-29 08:45

열악한 인프라로 전력 사정이 좋지 않은 쿠바에서 재차 전력 공급에 비상이 걸렸다.

28일 로이터 등에 따르면 쿠바의 알레한드로 힐 부총리 겸 경제장관과 비센테 데라 오 레비 에너지광산부 장관은 27일(현지시간) 텔레비시온쿠바나의 '메사 레돈다' 인터뷰 프로그램에 출연해 "앞으로 몇 주간 전력 부족 현상이 심화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밝혔다.

힐 부총리는 앞으로 2주간 연료를 더 합리적으로 사용하기 위한 세부 계획을 추진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대중교통이 연료 제한으로 인해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고 말했다.

지역 정부는 이미 국영기업 등에서의 전력 사용 제한 조치를 발표했다. 또한 스포츠 경기, 일부 섬을 오가는 선박 운항 등도 영향을 받을 수 있다는 예시를 들었다.

쿠바 정부 측은 수도인 아바나를 제외한 10월부터 하루 최대 8~10시간의 정전이 발생할 수 있다고 시민들에게 암시했다.

오 레비 에너지광산부 장관은 쿠바가 매달 약 12만∼13만t의 경유를 소비한다며 "국가적 연료 부족이란 복잡한 상황에 직면한 만큼 에너지 절약 조처를 효율적으로 적용하는 게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쿠바는 자연재해, 열악한 인프라 등 때문에 전력난이 이어지고 있다. 경제난으로 식료품과 의약품 부족을 겪는 상황에서 에너지 부족도 겹쳤다. 특히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이후 이런 상황이 한층 악화된 것으로 전해졌다. 잦은 정전과 경제난에 2021년 7월에는 반정부 시위가 벌어졌다.

여기에 지난해 9월에는 허리케인 '이언'의 여파로 전력망이 피해를 입어 전국이 한동안 암흑천지가 된 바 있다. 태풍의 피해를 입은 발전소 등은 복구가 지연된 상황으로 전해졌다. 쿠바 측은 발전소 유지관리에 필요한 부품 등을 조달하기 어렵다며 그 원인을 미국 등 서방의 봉쇄 조처 탓으로 돌리고 있다. 전력난 등의 여파로 올해 5월 1일에는 아바나 혁명광장에서 공산주의와 1959년 쿠바 혁명을 지지하는 깃발을 흔드는 세계 노동절 행진 행사도 무산됐다.

오정민 한경닷컴 기자 bloomi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