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논란 적지 않은 영장 기각…李대표도 민주당도 자숙할 때

입력 2023-09-27 17:00
수정 2023-09-28 10:25
더불어민주당이 이재명 대표의 영장을 법원이 기각하자 대여 총공세에 나섰다. ‘정치 검찰의 조작’ ‘비열한 수사’ 등 강경 발언이 이어졌다. 윤석열 대통령에게 사죄, 내각 총사퇴, 국정 기조 대전환, 한동훈 법무부 장관 파면 등을 요구했다. 영장 기각을 마치 무죄가 확정된 것처럼 여기는 것이다.

기각 사유를 보면 증거인멸과 도주 우려를 판단 근거로 삼았을 뿐 이 대표의 의혹을 씻어준 게 아니다. 기각 논리가 모순된다는 논란도 제기되는 마당이다. 실제로 영장전담 판사는 백현동 혐의에 대해 “이 대표의 관여가 있었다고 상당한 의심이 든다”고 했고, 대북 송금과 관련해선 이화영 전 경기부지사에게 가해진 회유·압박을 두고 “주변 인물에 의한 부적절한 개입을 의심할 만한 정황이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도 ‘증거인멸 염려’ 부분에서 대부분 이 대표 손을 들어줘 앞뒤가 맞지 않는다는 지적이다. 위증교사 혐의를 인정하면서 증거인멸 우려가 약하다고 본 것도 마찬가지다. 그 이유 중 하나로 ‘정당의 현직 대표로서 공적 감시와 비판의 대상인 점을 감안했다’는 것이다. 증거인멸 우려보다는 야당 대표에 비중을 둔 정치적 판단임을 인정한 것이나 다름없다. ‘법 앞에 평등’이란 보편적 원칙에 어긋난다.

그런데도 민주당이 무죄 확정이나 면죄부라도 받은 것처럼 큰소리치는 것은 사법 문맹에 다름 아니다. 이 대표에 대한 검찰 수사를 윤 대통령 책임과 연결하는 것도 얼토당토않다. 실정 등 국정에 큰 혼란을 가져올 때나 꺼낼 수 있는 ‘내각 총사퇴’ 소리를 높인 것은 국정 발목을 더 세게 잡겠다는 예고다. 강경 친명이 장악한 민주당은 이 대표 1인 체제를 더 공고히 하고, 다수 의석을 앞세워 일방 독주할 가능성이 크다. 문제 많은 노란봉투법(노동조합법 개정안), 방송 3법도 더 세게 밀어붙일 태세다. 민주당이 잊지 말아야 할 것은 이 대표가 여전히 여러 사건으로 재판받을 피의자 신분이란 점이다. 이 대표도, 민주당도 자숙하는 게 마땅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