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간 아파트 분양가가 치솟으면서 공공에서 공급하는 토지임대부 주택, 지분적립형 주택 등 이른바 ‘반값 아파트’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있다. 다음달에만 서울 마곡 등에서 3295가구가 지어지는 등 정부도 공급 확대에 적극적이다. 전문가들은 저렴한 공공분양주택이 20~40년을 염두에 두고 설계된 만큼 전매제한과 사용료 등 숨어 있는 리스크를 잘 따져봐야 한다고 강조했다.○다양해지는 공공 ‘반값 아파트’LH(한국토지주택공사)와 서울주택도시공사(SH공사)는 다음달 ‘뉴홈’ 3295가구의 세 번째 사전청약을 받는다. 강서구 마곡 10-2구역을 비롯해 경기권에서 하남 교산과 구리 갈매역세권 등 아홉 개 지구가 대상이다.
이 중 가장 큰 관심을 받는 것은 SH공사가 마곡지구에 공급하는 토지임대부 주택이다. 전체 577가구 중 전용면적 59㎡ 260가구를 사전예약을 통해 내놓는다. 이 유형은 공공이 토지를 소유하고 건축물 등의 소유권은 분양자가 취득하는 방식이다. 40년간 거주한 뒤 재계약을 통해 최장 80년까지 살 수 있다. 분양가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는 토지가격이 반영되지 않아 대표적인 반값 아파트로 분류된다. 마곡 10-2구역 분양가는 3억1119만원, 토지임대료는 월 69만7600원으로 추산됐다.
같은 기간 LH는 하남 교산과 안산 장상 공공택지에 나눔형 주택 1152가구를 공급한다. ‘이익공유형’이라고도 불리는 나눔형은 시세 대비 70% 이하로 분양하고 시세차익도 70%만 보장한다. 더 싸게 공급하는 대신 공공과 이익을 공유하라는 것이다. 전용 59㎡ 기준 하남 교산은 4억5639만원, 안산 장상은 2억9303만원으로 추정분양가가 정해졌다. 하남 망월 H공인중개사무소 관계자는 “미사신도시 입주 6년 차 아파트 전용 59㎡ 시세가 7억4000만원인 것을 감안하면 상당히 매력적인 가격”이라고 말했다. 토지임대부와 나눔형 주택 모두 다음달 16~17일 특별공급하고 18~19일 일반공급 사전청약을 한다.○지분적립형은 시세차익 가능경기주택도시공사(GH)가 주도하는 지분적립형 주택(경기도형 공공분양주택)도 연내 구체화한다. 분양가의 10~25%만 내고 입주한 뒤 나머지 지분을 20~30년간 분할 납부하는 방식으로 자동차 장기할부와 비슷하다. 경기 수원 광교신도시 A17 블록에 지어질 주택 600가구 가운데 240가구를 우선 검토한 뒤 3기 신도시 등으로 물량을 늘릴 방침이다. 2025년 하반기 착공할 예정인 광교의 경우 전용 59㎡ 최초 분양가가 1억2500만원(현 시세 기준 추산)이다.
이들 공공분양 주택은 기본적으로 진입장벽이 낮지만 숨겨진 비용과 리스크를 꼼꼼히 따져봐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조언했다. 토지임대부와 지분적립형은 사실상 임대료가 있다. 각각 공공이 보유한 토지와 지분 가치에 해당하는 사용료를 내야 한다.
언제, 얼마에 전매가 가능한지도 따져봐야 할 부분이다. 지분적립형·토지임대부·나눔형 공공분양 모두 5년의 의무거주 기간이 있다. 이 중 지분적립형은 10년의 전매 제한 기간이 지나면 다른 사람에게 시세대로 팔 수 있다. 다만 지분이 100%가 되기 전에 판다면 이익을 지분만큼 SH공사와 나눠 가져야 한다. 나머지 두 유형은 LH 등 공공기관에만 전매할 수 있고 처분 가격도 기본적으로 분양가에 연동된다. 나눔형은 이익이 발생하더라도 30%는 LH에 내줘야 한다.
분양업계 관계자는 “토지임대부 주택은 개인 간 거래가 가능하게 하는 내용의 법이 발의됐지만 통과를 장담하긴 어렵다”며 “장기간 발이 묶이기 때문에 입주 기간 추가로 내야 하는 사용료, 환매 예상금액 등을 충분히 이해하고 청약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유정 기자 yj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