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젠 세계 2위 ‘중국’으로…K-바이오 '340조 시장' 공략법

입력 2023-09-28 08:35
수정 2023-09-28 09:09

중국은 글로벌 제약·바이오 업계 ‘큰 손’이다. 인구는 14억명에 의약품 시장 규모는 지난해 기준 약 342조원에 달한다. 급속한 경제발전을 이룬 탓에 선진국과 개발도상국의 질병패턴이 동시에 나타나는 시장이기도 하다. 다만 인력관리, 기술유출 등의 위험요인이 여전히 있는 만큼 국내 바이오 기업들은 이점에 유의하며 세계 2위 중국 시장을 차근차근 공략하고 있다.

28일 한국보건산업진흥원에 따르면 중국 국가약품감독관리국(NMPA)이 시판허가를 내린 의약품 중 95% 이상이 아직까지 복제약(제네릭)이다. 이에 중국은 제네릭 위주의 연구개발(R&D)에서 벗어나 혁신의약품 개발 및 대외 파트너십 확대를 독려 중이어서 차별화된 기술을 보유한 국내 바이오 기업들에게는 기회가 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바이오 업계 관계자는 “3~4년 전부터 NMPA가 임상시험계획(IND) 신청 절차 등 규제 개혁에 속도를 내고 있다”며 “원래 의약품 출시 전 중국에서 추가로 임상시험을 진행해야 했던 조건을 제거하는 등 해외 의약품이 중국시장으로 진출하기 쉽게끔 관련 규정을 바꾸는 중”이라고 전했다.

핵심은 ‘미충족 수요’, 즉 틈새시장을 공략하는 것이다. 아직까지 한국 제품에 대한 수요 및 인지도가 중국 내에서 높은 편은 아닌 만큼 중국에 없는 기술로 승부를 봐야한다는 것이다. 대표적인 사례가 엘앤씨바이오다. 엘앤씨바이오는 사체로부터 피부 등을 기증받아 피부이식재(메가덤)를 개발한 회사다. 중국은 피부이식 기술이 부족해 화상 환자나 유방암 수술 환자들에게 돼지껍질을 활용해 피부이식술을 진행하고 있다.

엘앤씨바이오는 중국국제금융공사(CICC)와 합작 투자로 장쑤성 쿤산시에 공장을 지었다. 중국은 G2 패권 경쟁, 공산당 정권 특유의 문화 등으로 대외환경 리스크도 큰 시장이지만 든든한 파트너와 함께한 진출이라는 점에서 업계 관심을 끌었다. 내년부터 공장 부분 가동에 들어가며 중국에서만 1조원의 매출을 올리겠다는 것이 회사 목표다.

국내 보툴리눔 톡신 기업들도 중국 진출에 활발한 편이다. 인구 고령화에 따라 급성장하고 있는 미용 시장을 노린 것이다. 휴젤은 2020년 ‘레티보’를 중국에서 허가받아 현재 판매 중이다. 회사 방침상 중국 시장만의 매출을 공개할 순 없으나, 아시아 지역 매출은 2021년 781억원, 2022년 811억원으로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고 휴젤 관계자는 설명했다.

제테마도 중국 파트너 기업인 화동 메디컬 에스테틱 바이오테크놀로지와 함께 연구개발을 진행 중이다. 현재 ‘JTM201’ 임상 1상을 중국에서 승인받고 안전성 및 효능을 평가하는 과정을 거치고 있다. 제테마는 출처가 보장된 균주를 갖고 있다는 점에서 다른 보톡스 기업들과 차별점을 갖고 있는 회사기도 하다.

이제 막 바이오 쪽으로 사업 포트폴리오를 확장하고 있는 대기업도 중국 깃발꼽기에 나섰다. 오리온그룹이 그 주인공이다. 오리온은 2020년 중국 샨동루캉파마큐티컬과 합작회사를 설립했다. 체외진단키트 및 전염성질환 백신 개발이 주 목적이었다. 지난해 설립된 오리온바이오로직스는 올초 중국에서 시린 이 치약 임상을 시작했다.

중국 시장은 고령화, 경제성장, 규제개혁 등의 기회 요인도 있지만 영업비밀 및 기술 유출, 계약 조건 불이행 등의 위험 요인도 존재하는 시장이다. 중국 현지 파트너사가 일방적으로 계약을 해지해버리거나, 임상시험 자료를 전달받아 놓고 수년간 임상시험 자체를 진행하지 않는 경우도 있다.

한국보건산업진흥원은 ‘2023 글로벌 제약바이오시장 수출지원 보고서’에서 “중국 본토 내 지역 중소제약사와의 협력을 통해 장기근무 인력을 확보하는 등 기존 자원을 활용하는 것도 전략이 될 수 있다”며 “중국 행정구역에 따라 성, 자치구, 직할시 등을 개별 국가로 인식하고 직접 진입할 것인지 전략적 파트너십을 맺을 것인지 결정해 리스크를 완화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남정민 기자 peux@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