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독일 만하임극장이 제작한 바그너 '니벨룽의 반지' 시리즈 4부작으로 화제를 모은 대구국제오페라축제가 올해는 리하르트 슈트라우스의 문제작 '살로메'와 '엘렉트라'를 무대에 올린다.
축제를 주최하는 대구오페라하우스는 다음달 6~7일 개막작 '살로메'를 오스트리아 연출가 미하엘 슈트루밍어와 지휘자 로렌츠 아이히너를 초청해 자체 제작한다. '엘렉트라'는 불가리아 소피아 국립 오페라단의 최신 프로덕션을 합동, 제작해 다음달 20~21일 선보인다. '살로메'는 대구 초연, '엘렉트라'는 한국 초연이다.
축제의 문을 여는 '살로메'는 '바그너 이후 가장 위대한 오페라 작곡가'로 꼽히는 슈트라우스의 대표작이다. 슈트라우스는 오스카 와일드의 동명 희곡을 원작으로 1905년 독일 드레스덴에서 초연해 대성공을 거뒀다. 의붓딸 살로메의 관능적 아름다움에 빠져 세례 요한의 목을 자른 헤롯왕 이야기를 바탕으로 인간의 욕망과 충동, 광기를 단막의 오페라로 그려냈다. 살로메가 요한의 머리를 얻기 위해 헤롯왕 앞에서 몸에 걸친 일곱 개의 베일을 차례로 벗으며 춤추는 ‘일곱 베일의 춤’이 특히 유명하다.
공연은 잘츠부르크 페스티벌을 중심으로 활동 중인 연출가 슈트루밍어가 2016년 오스트리아 클라겐푸르트 시립극장에 올린 프로덕션을 바탕으로 제작된다. 오스트리아를 비롯한 유럽 무대에서 활약하고 있는 성악가들이 함께한다. 요한에 대한 광기 어린 애정으로 그를 죽음으로 이끈 ‘살로메’ 역에는 소프라노 안나 가블러, 살로메에게 욕망을 드러내는 헤롯왕 역에 테너 볼프강 아블링어 슈페르하크, 살로메의 어머니인 헤로디아스에 메조소프라노 하이케 베셀이 출연한다.
세례 요한 역으로 이치오퍼 베를린 전속가수 출신의 바리톤 이동환, 경비대장 나라보트 역으로는 빈 폭스오퍼에서 10년 이상 전속가수로 활동한 테너 유준호가 무대에 오른다. 음악은 빈 폭스오퍼 지휘자 아이히너가 이끄는 대구시립교향악단이 맡는다.
'살로메'와 마찬가지로 1909년 독일 드레스덴에서 초연된 '엘렉트라(Elektra)'는 고대 그리스 시인 소포클레스가 쓴 동명 비극을 원작으로 슈트라우스의 대본 파트너인 오스트리아 작가 호프만스탈이 오페라 각본을 썼다. '엘렉트라 콤플렉스'의 개념이 유래한 비극으로 아버지를 살해한 어머니에 대한 엘렉트라의 증오와 복수라는 자극적이고 강렬한 주제를 다룬다. 작곡가 스스로가 '살로메'에 이어 가장 독보적인 작품이라고 자평했던 작품이다.
대구오페라하우스는 국내 오페라 공연사상 최초로 이 작품을 유럽 최신 프로덕션으로 선보인다. 불가리아 소피아 국립오페라극장의 프로덕션을 그대로 옮겨온다. 이 극장의 지휘자 에반-알렉시스 크라이스트가 지휘봉을 들고, 소피아극장의 극장장플라멘 카르탈로프가 연출한다. 주·조역을 맡은 가수 대부분을 불가리아에서 초청한다. 단 연주는 대구오페라하우스 상주단체인 디오오케스트라가 맡는다.
오는 11월 10일까지 36일간 이어지는 대구국제오페라축제는 ‘메인 오페라’ 공연으로 ‘살로메’ ‘엘렉트라’와 함께 올해 탄생 210주년을 맞은 베르디의 대표작 세 편을 선보인다. 13년 만에 이 축제에 참여하는 서울시오페라단이 지난해 제작한 장서문 연출의 ‘리골레토’(10월 13~14일)를 공연하고, 국립오페라단이 지난 4월 서울 예술의전당에서 선보인 ‘맥베스’(10월 27~28일)를 대구오페라하우스 무대에 올린다.
축제의 마지막 메인 오페라 무대(11월 3~4일)는 영남오페라단의 '오텔로(Otello)'다. 베르디 후기 걸작으로 꼽히는 이 작품은 셰익스피어 동명 원작을 각색한 것이다. 이아고가 손수건 한 장으로 주군 오텔로와 그의 아내 데스데모나 사이에 오해를 불러일으켜 이들을 파멸로 몰아넣는다는 내용의 비극이다
정갑균 대구오페라하우스 관장은 “2003년 대구오페라하우스 개관과 함께 시작한 대구국제오페라축제는 올해 20주년을 맞아 주제를 '다시 새롭게'로 정했다”며 “모두 비극인 다섯 편의 메인 오페라를 통해 관객들이 카타르시스(영혼의 정화)를 경험하고 새롭게 태어났으면 하는 바람을 담았다”고 말했다.
송태형 문화선임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