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마존 킬러’ 칸 FTC 위원장, 4번째 반독점 소송 제기…"독점 악용"

입력 2023-09-27 06:22
수정 2023-09-27 06:31


‘아마존 킬러’로 불리는 리나 칸 미국 연방거래위원회(FTC) 위원장이 아마존을 상대로 또다시 칼을 빼 들었다. FTC가 아마존을 상대로 반독점 소송을 제기한 건 올해만 4번째다. 아마존이 독점적인 지위를 악용해 소비자와 판매자 모두에게 피해를 줬다는 것이 주요 골자다. 칸 위원장은 아마존의 독점력을 약화하기 위해 일부 자산을 매각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26일(현지시간) 로이터에 따르면 FTC는 이날 “아마존이 전자상거래 시장 독점을 통해 쇼핑객들을 위한 품질을 떨어뜨리고 판매자들에게는 과도한 요금을 부과한 것으로 드러났다”며 “이에 시애틀 연방법원에 소송을 제기했다”고 밝혔다.

FTC는 한국의 공정거래위원회에 해당하는 정부 기구다. 이번 소송에 17개주도 참여했다. FTC 등은 소장에서 “아마존이 온라인 마켓플레이스 서비스에서 경쟁자들을 배제하고 경쟁을 억제하기 위한 행위 과정에 관여했다”고 설명했다. 플랫폼에서 눈에 띄게 제품을 배치해주는 대가로 판매자들에게 자사의 물류·배송 서비스를 이용하도록 강요하고, 경쟁 사이트에서 낮은 가격을 제시하는 상인에게 불이익을 줬다는 것이다. 리나 칸 FTC 위원장은 이날 브리핑에서 “아마존은 독점자이며 쇼핑객과 판매자들이 더 나쁜 서비스에 더 많은 돈을 지불하도록 하는 방식으로 독점을 악용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그 대가는 높고, 즉각적인 피해가 있다”며 “판매자들은 2달러당 1달러를 아마존에 지불한다”고 덧붙였다.

FTC는 이와 함께 소비자에 대한 지속적인 피해를 막기 위해 아마존이 자산을 매각하도록 강제하는 방안을 검토해달라고 법원에 요청했다.

아마존은 즉각 반박했다. 이 회사의 데이비드 자폴스키 글로벌 공공정책 수석 부사장은 성명을 내고 “FTC의 제소가 사실과 법에 어긋난다”고 주장했다. 그는 “FTC 주장대로라면 그 결과는 독점금지법이 의도하는 것과는 정반대일 것”이라며 “선택할 수 있는 제품 수는 줄고 가격은 높고, 배송 속도는 느려지고, 소기업을 위한 선택권도 줄어들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소송은 FTC가 올해 들어 아마존을 상대로 제기한 4번째 소송이다. FTC는 지난 5월 아마존의 스마트홈 업체 ‘링’이 이용자를 불법적으로 들여다봤고, 아마존 인공지능(AI) 알렉사를 활용한 스피커가 13세 미만 아이들의 정보를 무단 수집했다는 이유로 각각 소송을 제기했다. 지난 6월에는 아마존이 고객을 속여 유료 회원제 프로그램인 아마존 프라임에 가입하도록 속이고 취소 절차를 복잡하게 만들어 관련법을 위반했다며 소송에 나선 바 있다.

컬럼비아대 로스쿨 교수 출신인 칸 위원장은 ‘아마존 킬러’로 불릴 정도로 빅테크 기업 독점문제에 비판적이었다. 2017년 로스쿨 졸업논문 제목도 ‘아마존 반독점의 역설’이었다. 칸 위원장은 이 논문에서 “기업이 시장을 독점해도 상품가격에만 영향이 없다면 독점규제에 저촉되지 않는다고 보는 전통적 시각은 아마존 같은 기업에 적합하지 않다”고 주장했다.

이날 뉴욕증시에서 아마존 주가는 전날보다 4.03% 하락 마감했다.

실리콘밸리=최진석 특파원 iskr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