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계선’, ‘경계선급 지적기능성’, ‘경계선급 지능’, ‘느린학습자’, ‘학습지원대상학생’
다양한 이름으로 불리는 이들은 좁은의미에서 지적 능력이 IQ 70~85의 범주에 해당하는 아동을 뜻한다. 일반 교육을 수행하기엔 부족함이 있지만 장애의 범주에는 포함되지 않아 특수교육 대상자로 지정되지 않는 경우가 많다. 인구의 약 13%를 차지하는 것으로 추정되지만 이들에 대한 정책을 커녕 실태파악도 제대로 되지 않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교육부, 실태 파악도 못해 24일 교육계에 따르면 교육부는 지난 7월부터 경계선급 지적기능성 아동을 찾기 위한 전수조사에 들어갔다. 정부차원에서 실태조사에 나선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당초 교육부는 8월말까지 조사를 마무리할 계획이었으나 최근 학교 현장 혼란으로 일정이 미뤄졌다. 교육부 관계자는 “일단 9월말까지 조사 기간을 연장했다”며 “조사를 통해 실태를 파악하고, 그에 대한 대책 내놓겠다”고 말했다.
경계선급 지적기능성 아이들은 ‘회색지대’에 있다고 표현된다. 이들은 장애범주에는 포함되지 않아 특수교육이 필수적으로 지원되지 않는다. 경계선급 지적기능성 아동은 지적 능력이 평균보다 낮은 IQ 70~85 정도다. 실제로 난독, 난산 같은 학습장애가 있을 수 있지만 제대로 판별되지 않고 있다. 그러다 보니 경계선 지적기능성 학생들은 특수교육 대신 일반 교육을 받는 경우가 많다. 장애진단을 받지 않은 경우에는 경계선 지적기능성이라는 것도 파악되지 않아 필요한 교육을 제때 받지 못한다.
박승희 이화여대 특수교육과 교수는 “일반교육과 특수교육 체계 어디에도 잠재적 ‘경계선급 지적기능성 학생’이 판별되지 않고 있다”며 “아무런 교육지원을 받지 못하고 방치되거나 학교 밖 사교육이나 치료지원을 받고 있다”고 지적했다.
지난해 한국의 특수교육대상자는 처음으로 10만명을 넘어섰다. 전체 학생중에 차지하는 비율은 1.7%로 높아졌다. 하지만 여전히 특수교육대상자 비중이 너무 낮다는 지적이 나온다. 미국의 경우 특수교육대상자는 8%대에 달한다. 인구 정규 분포를 고려했을때 한국의 비중이 너무 낮다는 것이다.
특수교육 대상자 비중이 적은 것은 여러가지 이유가 있겠지만 여전히 ‘장애’라는 딱지가 붙는 것에 대한 거부감이 큰 것이 가장 큰 원인으로 꼽힌다. 한국 사회에 여전한 편견 때문이다. 특히 인구의 약 13%를 차지하는 것으로 추정되는 경계선 지적기능성 학생의 경우는 이 거부감이 더 크다. 경계선 지적기능성 아이를 둔 한 부모는 “인정하는 순간 아이에게 장애가 명찰이 되고 편견 속에 살지 않을까 두렵다”며 “아이가 나아지길 기대하며 정규교육 외에 사교육을 받고 있다“고 말했다. ◆예방 교육으로 공격성과 충동 성향 낮춰야 전문가들은 경계선 지적기능성 학생들을 적극적으로 찾아내서 전문적인 교육을 받아야 한다고 조언한다. 가장 큰 이유는 예방적 교육으로 아이들의 경계성 지적기능성 출현율을 낮출 수 있기 때문이다. 관련 연구에 따르면 위험 요인이 있는 아이들 대상으로 조기 중재를 했을때 경계선 지적기능성 출현율이 5~8%정도로 하지 않은 경우(19%) 보다 낮게 나타났다.
특히 경계선 지적기능성 학생들은 학령기 초기에 우울과 소외감을 느끼는 경우가 많고, 연령이 높아짐에 따라 이것이 공격성과 충동 성향으로 나타나는 경우가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제때 예방적 교육이 시행되지 않으면 이들로 인한 폭력 등 다양한 사회적인 문제가 생길 수도 있다는 뜻이다.
박 교수는 “경계선급 지능을 가졌다고 해서 경계선급 지적기능성을 보인다고 말할 수 없고 개인에 대한 지원, 처해있는 환경 등과 상호작용의 결과로 기능성 수준이 결정된다”며 “적합한 지원으로 기능성의 성과가 달라질 수 있다”고 강조했다.
강영연 기자 yyk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