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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 중앙은행(Fed)이 통화 긴축을 장기화할 것으로 보이자 미국 헤지펀드가 주식 시장에서 쇼트(매도) 포지션으로 돌아서고 있다. 주식 시장에 대한 비관론이 급격히 확산해서다. 헤지펀드가 대규모 투자금을 매도하면서 주식 시장의 침체가 더 깊어질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매도 포지션 늘린 헤지펀드블룸버그는 골드만삭스 브로커리지팀 분석을 인용해 헤지펀드들이 지난 18~22일 한 주간 매도 포지션으로 선회했다고 25일(현지시간) 보도했다. 골드만삭스가 중개하는 헤지펀드 고객사의 순레버리지(매도 대비 매수 포지션 비율)는 전주 대비 4.2%포인트 감소한 50.1%를 기록했다. 일주일 기준으로는 코로나19가 창궐한 2020년 3월 이후 최대폭 감소다.
헤지펀드의 총 레버리지(매도와 매수 포지션을 합산한 값)는 급격히 증가했다. 지난 한 주간 총 레버리지는 195%대에 육박했다. 시장에선 총 레버리지가 증가한 이유로 공매도를 꼽았다. 헤지펀드가 단기간에 공매도 주문을 급격히 늘리게 되면 순레버리지와 반대로 총 레버리지는 증가하게 된다.
다른 투자은행(IB)도 비슷한 현상이 나타났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JP모간이 중개하는 헤지펀드 고객사도 대규모 공매도 주문을 신청했고, 모건스탠리는 지난해 10월 이후 순레버리지가 최대 폭으로 감소했다.
헤지펀드가 공격적으로 매도 포지션 비중을 늘린 배경엔 Fed가 있다. 지난 20일 Fed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에서 예상대로 기준금리를 동결했지만, 긴축 장기화를 시사했다. 금리 전망을 나타낸 점도표에 따르면 올 연말까지 금리를 한 차례 더 올릴 수 있다. 이 같은 행보에 주식 시장의 벨류에이션이 축소될 것이란 우려가 커졌다.
토니 파스쿠아리엘로 골드만삭스 헤지펀드 책임자는 "최근 주가가 하락하게 되면서 헤지펀드 업계에선 반사적으로 매도 포지션을 늘리고 있다"며 "현재 관점에서는 내년 기업의 수익성을 보장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시장 전망 엇갈려일각에서는 헤지펀드의 매도 행렬이 오히려 시장의 변동성을 줄일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올 초부터 인공지능(AI) 열기로 인해 개인투자자들이 대거 기술주를 매수하면서 주식 가치가 과대 평가됐다는 분석이다.
실제 1분기 S&P500 지수의 향후 12개월 예상 수익 대비 주가 비율(포워드 PE)은 25.41배를 기록했다. 지난 20년 평균값보다 27% 높은 수준이다. 지난 25일 기준으로 포워드 PE는 19.24로 내려앉았다.
헤지펀드의 매도세로 인해 주가는 계속 내림세를 보인다. 미국 증시 대표지수인 S&P500은 지난 19일부터 5거래일간 하락세가 이어지며 2.6% 떨어졌다. 올해 최고점인 7월 말에 비교해선 5.5% 하락했다. 주식 시장의 투자 수요가 점차 감소하고 있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헤지펀드가 주식을 대량 매도하면서 반등의 발판이 마련될 것이라 기대하고 있다. 방어적인 투자를 통해 반등 계기가 나타난다는 주장이다. 지난해 10월처럼 주가가 저점을 찍은 뒤 다시 치솟을 것이란 관측이다.
다만 저점을 확인하는 일이 이전보다 어려워졌다는 반응도 나온다. 크리스토퍼 메틀리 모건스탠리 이사는 "헤지펀드의 매도 포지션은 이미 매도세가 컸던 업종에 집중됐다"고 지적했다. 존 슈레겔 JP모간 이사는 "시장이 장기적으로 약세장에 진입할 것이란 전망이 확산하면서 오히려 공매도가 더 늘어날 수도 있다"며 "매수 포지션으로는 초과 이익을 거두기 어려운 환경이 이어질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오현우 기자 oh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