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 베를린에서 시민단체가 대형 부동산회사가 보유한 민간 임대주택 20만여가구를 몰수해 공유화하기 위한 주민투표를 추진한다. 2년전 이미 한 차례 몰수를 위한 주민투표가 가결됐으나 정치권이 시행에 미온적인 태도를 보이자, 직접 법제화를 추진하고 나섰다. 실현 가능성과 적법성을 놓고 논란이 재점화될 전망이다.
26일 연합뉴스 등에 따르면 독일 시민단체 '도이체보넨 등 몰수'는 이날 기자회견을 열어 민간 임대주택 몰수 방안을 법제화해 주민투표를 재추진하기로 했다. 도이체보넨은 베를린시의 아파트 12만여 가구를 소유하고 있는 최대 민간임대 기업이다. 지금은 다른 부동산 기업 보노비아에 인수됐다.
시민행동은 모금을 통해 법제화와 주민투표 재추진을 위한 재원을 마련할 계획이다. 시민행동은 임대주택을 국유화하면 추가적 월세 인상을 막을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베를린의 임대주택 150만 채 중 주택 3000가구 이상을 보유한 10여 개 민간 부동산회사가 보유 중인 주택은 24만채 가량으로 전체 베를린 시내 임대주택의 15%가량 되는 것으로 추산된다.
이 단체는 2년 전에 주택 3000채 이상을 보유한 민간 부동산회사의 보유주택을 몰수해 공유화하는 방안을 주민투표에 부쳐 베를린 주민 57.6%의 찬성으로 가결시켰다. 이후 베를린시 정부는 전문가위원회에 시행 가능 여부 검토를 맡긴 결과 지난 6월 몰수가 가능하다는 결론을 내렸다.
다만 이 같은 방안이 현실화될지는 불투명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법률 자체에 대한 위헌성에 대한 소송이 잇따를 것이 예상되며, 개별 기업들의 소송도 줄을 이을 전망이다. 재원 마련도 과제가 될 전망이다. 베를린의 로펌 크나우테의 야콥 한스 히엔 변호사는 1차 주민투표 통과 당시 독일 DW방송과의 인터뷰에서 "시장 가치보다 훨씬 낮은 보상은 위헌이 될 것"이라며 "그렇지 않으면 기업들은 재산을 박탈당할 뿐만 아니라 직접적인 경제적 피해를 입게 될 것이며 국가가 수용을 통해 부를 축적해서는 안된다"고 지적했다.
이현일 기자 hiunea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