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년 만에 은마아파트 조합 설립 인가…"6억 껑충"

입력 2023-09-26 18:16
수정 2023-09-26 19:46



‘만년 재건축 추진 단지’라는 오명을 들었던 서울 강남구 은마아파트가 추진 20년 만에 조합 설립을 인가받았다. 처음 재건축 사업을 준비하기 시작한 1994년 이래 24년 만의 진척이다. 단지는 주민 간 갈등이 봉합된 데다가 상가와의 재건축 문제가 일단락되며 사업에 속도를 내고 있다.

26일 정비업계에 따르면 강남구청은 은마아파트 재건축정비사업에 대한 조합 설립을 인가했다. 지난달 조합 설립총회에서 최정희 추진위원장이 조합장으로 선출된 뒤 한 달여 만이다.

앞서 조합은 지난달 19일 설립총회를 열고 조합장을 투표를 진행했다. 전체 조합원 4278명 중 3654명이 투표에 참여했고, 최정희 위원장이 2702표를 받아 838표를 받은 이재성 은마소유주협의회 대표를 제쳤다.

단지는 1994년부터 재건축 사업을 시작해 2003년엔 추진위가 설립됐다. 그러나 주민 간 이견이 커지며 사업이 늦어졌고, 기존 추진위에 대한 불신 여론까지 생기며 사업이 장기화했다. 인허가 과정에서도 재건축 조건 등을 놓고 서울시와 갈등이 깊어지는 등 ‘만년 재건축 추진 단지’라는 별명을 얻기도 했다.

최근엔 수도권광역급행철도(GTX) C노선이 단지 지하를 통과한다는 소식에 주민들이 항의 집회를 하는 등 갈등이 있었지만, 지난 7월 민간투자사업심의위원회가 기존 안을 최종 승인하면서 논란이 일단락됐다.

또 단지는 조합 설립을 위해 상가 소유주들의 동의가 필요했는데, 지난 4월 추진위와 상가협의회가 독립정산제 방식으로 재건축을 추진하기로 합의하면서 조합 설립을 위한 주민 동의율 확보에 성공했다.

앞서 서울시는 지난해 10월 도시계획위원회를 열고 은마아파트 주택재건축 정비계획 수립 및 정비구역 지정·경관심의안을 의결했다. 28개 동, 4424가구 규모 아파트를 최고 35층, 33개 동, 5778가구 규모로 재건축한다는 계획이다. 다만, 서울시가 디자인 특화설계 등을 적용하는 조건으로 기존 고도제한 규제를 일부 완화할 수 있도록 해 주민 합의에 따라 초고층 재건축도 가능하다.

재건축 사업이 속도를 내면서 가격은 크게 올랐다. 은마아파트 전용 76㎡은 지난 8일 23억7000만원에 거래되며 올해 가장 높은 가격을 기록했다. 같은 크기가 지난 1월 17억9500만원에 거래됐는데, 8개월 사이에 6억원이 오른 셈이다. 전용 84㎡도 지난 1월 21억5000만원에서 지난달 27억 2000만원으로 6억원 가까이 상승했다.

단지는 투기과열지구에 속해 있어 조합 설립이 인가되며 10년을 보유하고, 5년을 거주한 1가구 1주택 집주인만 조합원 지위를 양도할 수 있다. 정비업계에 따르면 전체 가구 중 조합원 지위를 양도할 수 있는 경우는 절반이 채 못 된다. 이 때문에 조합원 지위를 양도할 수 있는 매물의 가격은 더 오를 것이란 전망이 강하다.

유오상 기자 osyo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