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5세 월가 금융맨, 그리스 급진좌파 이끈다

입력 2023-09-26 18:12
수정 2023-09-27 01:38
그리스 최대 야당인 급진좌파연합(시리자) 대표에 골드만삭스 출신 동성애자인 스테파노스 카셀라키스(35·사진)가 선출됐다.

26일 폴리티코 등에 따르면 카셀라키스는 지난 24일 당 대표를 뽑는 결선투표에서 56.69%를 득표해 승리했다. 시리자의 전임 당 대표였던 알렉시스 치프라스 전 총리는 지난 6월 총선에서 대패한 책임을 지고 물러났다.

무명의 정치 신인이던 카셀라키스는 결선투표를 불과 한 달 남짓 남긴 시점에서 각종 여론조사에서 선두를 달리며 그리스 정계에 ‘돌풍’을 일으켰다. 주된 선거 운동 전략은 SNS였다. 그는 8월 말 인스타그램에 올린 동영상에서 자신의 인생 경험 등을 공개하며 화제를 모았다.

카셀라키스는 글로벌 투자은행(IB) 골드만삭스에서 트레이더로 일했고, 이후 해운업에 종사하며 큰돈을 벌었다. 동성애자로 미국인 간호사와 결혼했으며, 10대에 미국으로 유학 가 20년 이상 거주했다. 공산주의와 반(反)자본주의 사상에 뿌리를 둔 시리자를 카셀라키스가 이끌게 된 것은 대이변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그가 친(親)시장 정책으로 민심을 사로잡은 키리아코스 미초타키스 현 총리에 대항하는 정치인이 될 수 있을지가 그리스 정계의 관심사다. 카셀라키스는 시리자가 재집권하기 위해선 미국 민주당을 모방해 ‘중도 좌파’ 이미지를 확립해야 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한다.

“가능한 한 빨리 미국의 공식을 따라 ‘빅텐트’(더욱 다양한 견해를 아우르는 조직)로 거듭나야 한다”는 것이다.

그는 2008년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대선에 출마했을 당시 캠프에서 자원봉사자로 일한 경험이 있다.

장서우 기자 suwu@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