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퇴직연금 사업자는 증권, 은행, 보험 등 금융 업권별로 가입자를 유치한다. 업권별 칸막이와 규제 등으로 한번 유치한 가입자에 대해선 연금 자문 서비스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다는 지적을 받는다.
25일 금융감독원 공시에 따르면 전 금융권의 퇴직연금(DB·DC·개인형IRP) 적립금은 지난 6월 말 기준 345조8140억원으로 지난해 말보다 4.25% 증가했다. 이 중 증권 퇴직연금사업자 14곳의 적립금은 79조1534억원으로 같은 기간 7.19% 증가했다. 같은 기간 은행 적립금은 179조3882억원으로 5.01% 느는 데 그쳤고, 보험은 73조1186억원으로 0.67% 증가에 머물렀다. 지난해부터 시범적으로 시작된 사전 지정 운용 제도(디폴트옵션)로 증권 퇴직연금사업자로 가입자가 대거 이동할 것이라는 관측이 많았지만, 실제 움직임은 활발하지 않다는 평가다. 일부 대기업은 여전히 증권이나 보험 계열사에 퇴직연금을 몰아주고 있다는 비판도 받는다. 해당 대기업 직원들은 “직원들의 퇴직연금 선택권을 보장하라”고 요구하고 있지만 문제점은 개선되지 않고 있다.
운용 규제도 많다. 가장 대표적인 게 주식 등 위험자산의 편입 비율을 70%로 제한하는 규제다. 6월 금융위원회가 퇴직연금 내 각종 투자 규제를 재검토하는 방안을 발표했지만 이 규제 완화는 포함되지 않았다. 연금 상품 수익률 비교도 쉽지 않다. 2015년 국민이 퇴직연금펀드 수익률을 파악할 수 있도록 지원한다는 명분으로 ‘통합연금포털’을 만들었지만 실제 게재된 연금저축 수익률 공시가 부실하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순납입원금 기준 수익률’이라는 일반적이지 않은 계산 방식으로 수익률을 산출해야 하기 때문이다.
양병훈 기자 hu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