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26일 백현동 개발 특혜 및 쌍방울 대북 송금 의혹, 검사 사칭 사건 위증교사 혐의와 관련해 영장실질심사를 받는다. 이 대표는 25일 대의원들에게 보낸 추석 인사에서 “동지 여러분과 함께 정권이 파괴한 민생을 살리고 민주주의를 지키겠다”며 “어떤 고통도 역경도 마다치 않고 사즉생의 각오로 국민 항쟁의 맨 앞에 서겠다”고 말했다. 영장실질심사 결과와 관계없이 대표직에서 물러나지 않겠다는 뜻을 분명히 한 것으로 해석된다. 민주당에선 친명(친이재명)계가 당권을 장악해 ‘반란표’ 숙청 작업을 이어가는 등 내홍이 심화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檢 ‘증거 인멸’ VS 李 ‘혐의 무근’25일 법조계에 따르면 이 대표는 26일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특정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뇌물) 등 혐의에 대한 구속 전 피의자 심문을 받는다. 형사소송법에 따라 법원이 구속영장을 발부하기 위해선 △명확한 범죄 혐의 △증거 인멸 가능성 △도주 우려 등이 인정돼야 한다. 이 대표는 주거지가 명확하고, 도주 우려가 성립하기 어려운 만큼 혐의 소명과 증거 인멸 가능성이 구속을 가를 핵심 쟁점이라는 게 법조계의 평가다.
검찰은 이 대표가 이미 증거 인멸을 시도했다고 주장하며 구속 필요성을 강조할 전망이다. 이들은 이 대표가 백현동 관련 기소 당시 성남시 공무원들에게 “국토교통부가 한국식품연구원 부지를 용도 변경할 것을 협박했다고 진술해달라”는 취지로 발언했다는 증거를 확보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 대표 혐의 자체에 위증교사가 포함돼 있다는 것도 검찰이 법원의 증거 인멸 가능성 판단을 자신하는 이유다. 이 대표 측은 범죄 혐의 자체가 성립하기 어렵다는 논리를 내세울 것으로 예상된다. 비명 색출 속도내는 친명계민주당은 영장 기각을 촉구하는 탄원서를 제출하는 등 총력 대응에 들어갔다. 민주당 공보국에 따르면 당이 이날 법원에 제출한 이 대표 구속영장 기각 탄원서에는 당원 48만 명과 시민 38만 명을 비롯해 민주당 소속 국회의원 168명 가운데 161명과 당직자·보좌진 등이 이름을 올렸다.
이 대표는 구속되더라도 당분간 대표의 권리를 행사할 전망이다. 당이 이미 이 대표에 대한 수사가 정치 탄압이라는 ‘셀프 면죄부’를 부여했기 때문이다. 비명계 일각에선 이 대표가 구속과 함께 대표직을 내려놔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되지만, 체포동의안 가결 이후 당내 분위기로 인해 중도파에서 별다른 호응이 나오지 않고 있다. 다만 이 대표가 연말·연초로 예정된 공천에까지 개입할 경우 사퇴 요구는 강해질 것으로 관측된다.
친명계는 지도부 장악에 들어갔다. 26일 예정된 원내대표 선거에 출마한 후보 4명(우원식·김민석·남인순·홍익표)은 전원 친명으로 분류된다. 새 원내대표 취임과 함께 친명계는 본격적인 ‘비명 색출’에 나설 전망이다. 정청래 최고위원은 이날 최고위원회의에서 “원내대표 후보들께서 ‘이 대표를 끝까지 지키겠다’고 호응해 주셨으면 좋겠다”고 요구했다.
한 비명계 의원실 보좌관은 “당장 구속영장 기각 탄원서에 서명하지 않은 의원들부터 ‘색출’ 대상이 될 것”이라며 “결국 이 대표가 직접 전면에 나서냐, 친명계 손을 빌리냐의 차이가 있을 뿐 영장 심사 결과와 무관하게 출당 요구, 편파 공천 등 강도 높은 숙청이 이어질 것”이라고 우려했다.
전범진/원종환 기자 forward@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