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기업의 최고경영자나 임원을 만나면 요즘 빠지지 않는 화두가 ‘인공지능(AI)’이다. AI가 사람 못지않게 글도 쓰고 그림도 그리고 코딩도 한다는 소식이 매일 들려오다 보니, 기업의 생산성과 효율성을 극대화해야 할 경영진에는 큰 기회 요소로 느껴질 수밖에 없다.
그러나 사실 AI가 새로운 기술은 아니다. 1997년 IBM 딥블루가 세계 체스 챔피언인 카스파로프를 이겼고, 2011년 IBM 왓슨이 미국 퀴즈쇼인 제퍼디에서 퀴즈 챔피언들을 제치고 우승한 사실을 그 시절을 살았던 대부분 사람은 기억할 것이다. 2017년 구글의 알파고가 바둑에서 이세돌 9단을 이겨 세상을 떠들썩하게 한 것도 불과 6년 전 일이다.
많은 과학자와 연구자가 70년 넘게 연구해온 AI가 왜 지금에 와서야 갑자기 ‘뜨고’ 있는 것일까? 바로 ‘AI 파운데이션 모델’이라고 하는 획기적 기술이 나왔기 때문이다. 이전의 AI는 데이터를 정제해 학습시키고, 이를 사용 목적에 맞춰 구축하는 데 엄청난 시간과 돈, 노력이 들었다. 게다가 어떤 분야에 맞춰 구축한 AI를 다른 분야에 사용하려면 이 모든 과정을 처음부터 다시 해야 했다. 유치원생을 데려다가 공부를 한참 시켜서 은행 업무를 보게 만들어놨는데, 백화점에서 일하게 하려면 다시 유치원생을 데려다가 공부시켜야 하는 식이다.
그러나 AI 파운데이션 모델은 고등교육을 마치고 사회생활을 해본 경력직 사원이라고 할 수 있다. 이미 많은 것을 학습했기 때문에 은행 업무를 조금만 배우면 은행 창구 업무를 지원할 수 있고, 인사 업무를 배우면 인사 담당자를 보조할 수도 있다. 기존에 필요한 데이터의 10분의 1, 100분의 1만 있어도 원하는 분야에 맞게 학습시킬 수 있기 때문에 AI를 구축하는 데 드는 시간과 비용, 노력을 크게 줄일 수 있다.
당연히 AI를 활용할 분야가 크게 늘었다. 이제 선도적인 기업들은 AI 도입 여부를 고민하지 않는다. AI 기술을 어떻게 사용할 것인지를 고민한다. AI를 통해 반복적이거나 시간이 많이 걸리는 작업을 처리함으로써 직원들은 공동 프로젝트, 더 나은 고객 경험 창출 같은 인간 고유의 부가가치 높은 역할을 수행하는 데 더 많은 시간을 쏟을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런 발전은 쉽사리 이뤄지지 않는다. 조사에 따르면 AI를 도입하고자 하는 기업의 약 절반만이 성공을 거둔다고 한다. 생성형 AI의 힘을 제대로 활용하려면 조직의 많은 프로세스와 문화에 변화가 필요하다. 비즈니스 일부에 AI를 더하는 게 아니라, AI가 비즈니스 전략의 핵심인 ‘AI 퍼스트’ 시대가 도래한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