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숙면이 보약이죠"…슬립테크 기술로 승부하는 슬립앤슬립

입력 2023-09-25 16:09
수정 2023-09-25 16:10
서울 지하철 9호선 봉은사역 바로 옆에 있는 슬립앤슬립 매장. 각종 수면용품을 파는 곳이다. 주력 제품은 이불과 베개, 토퍼, 패드 등이다. 이 매장엔 목의 높이를 잴 수 있는 측정기가 있다. 사람이 잠을 잘 때 위를 보고 자는 경우와 옆으로 자는 경우가 있다. 잠을 잘 때 수면 자세가 바뀌면 베개의 높이가 달라져야 한다. 같은 높이의 베개를 벨 경우 자칫 목이나 어깨에 부담을 줄 수 있다. 그래서 목의 높이를 측정하고, 그에 맞는 베개 높이를 고객에게 제안한다. 단지 목높이만 측정하는 게 아니라 고객의 수면 습관이나 수면환경, 체형, 체격에 맞는 베개를 추천해준다. 베개뿐만 아니라 토퍼, 이불속통 등 수면에 필요한 다양한 수면용품이 전시돼 있어서 나에게 맞는 숙면용품을 컨설팅받을 수 있다.


즉석에서 베개를 맞춤형으로 제작해주기도 한다. 이 회사의 조은자 수면환경연구소 소장은 “우리는 고객의 니즈와 수면환경, 체형, 체격, 기호에 맞는 베개를 컨설팅하는 노하우를 바탕으로 ‘기능성 분할 베개’에 대한 특허도 획득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슬립테크’가 현대의 중요한 트렌드 중 하나로 떠오르고 있다. 슬립테크는 정보기술(IT), 사물인터넷(IoT), 빅데이터 등으로 수면 상태를 분석해 숙면을 취할 수 있도록 도움을 주는 기술을 뜻한다. 잠을 잘 자야 건강에 도움이 되고 활동도 제대로 할 수 있다는 기본 인식을 바탕으로 한 트렌드다.

조 소장은 “슬립테크는 의학적인 관점에서 치료에 초점을 맞추는 ‘메디컬 슬립테크’와 소비자 관점에서 침구 같은 실제 숙면 솔루션까지 제공하는 ‘컨슈머 슬립테크’로 나눠 볼 수 있다”며 “메디컬 슬립테크는 연구하는 기관과 스타트업은 많지만 소비자들이 일상에서 느끼도록 컨슈머 슬립테크를 다양하게 제품화할 수 있는 기업은 많지 않다”고 지적했다. 그는 “우리는 이를 구현하는 데 사업의 초점을 맞추고 있다”고 설명하며 "이것이 바로 슬립앤슬립의 코스닥 상장 주관사인 미래에셋증권이 높게 평가한 부분”이라고 덧붙였다.

이브자리 관계사인 슬립앤슬립은 숙면이란 의미를 가진 브랜드다. ‘좋은 잠’을 제공한다는 것이 회사가 추구하는 철학이다. 사명은 HBS라이프다. 서울 강남구 삼성동에 본사를 두고 있다.

‘컨슈머 슬립테크’ 제품 개발에 노력하는 업체다. 매장에 있는 각종 측정기기가 이를 보여준다. 매장 한쪽엔 ‘수면추적센서’가 있다. 조 소장은 “침대에 누우면 심박수, 호흡수, 뒤척임 등을 자동 측정한 뒤 수면 상태를 자세히 확인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 회사는 올해로 20년을 맞은 이브자리 수면환경연구소 및 디자인연구소는 물론 국내 유수 대학과 연구소, 병원, 일본 굴지의 침구업체 니시카와 등과 공동연구를 통해 다양한 제품을 개발 중이다. 대표적 성과로 한국수면센터와 공동으로 개발한 ‘코골이 개선 전신 베개’, 분할 베개 특허, 아주대병원과 공동개발한 베개까지 다양하게 있다. 수면환경연구소는 한진규 서울수면센터 원장과 협업해 개발한 ‘코골이 방지 베개’를 수면박람회에 전시하기도 했다.

계열회사인 엔바이오와의 공동연구로 집먼지진드기의 접근을 차단하는 특수 기능 물질을 개발해 영국알러지협회 인증을 받고 신제품에 적용하기도 했다. 조 소장은 “천연 소재의 섬유 가공제로 항균 방취, 섬유 악취 제거, 정전기 발생 억제, 집먼지진드기 기피 기능이 있다”고 설명했다.

섬유 가공제뿐만 아니라 구리(CU) 소재를 접목한 도전섬유로 만든 ‘쿠잠(CU ZAM)’ 제품군도 출시했다. 조 소장은 “도전섬유는 아크릴에 전도성 물질을 융합한 것으로, 항균 탈취 기능과 정전기 방지 효과가 있다”고 설명했다. 제품군은 이불·베개·토퍼·패드 등이다.

이 밖에 목과 어깨 통증을 호소하는 이들의 불편함을 해소하는 이들을 위한 ‘슬립핏 PT(Sleep Fit PT)’ 베개도 개발했다. 이 베개는 견갑골 사이인 등 윗부분을 빈틈없이 받쳐줘 목과 어깨 스트레칭에 도움을 준다. 동시에 후두부부터 목, 어깨, 등까지 바른 수면 자세를 유지해준다.

여름철 시원한 숙면을 위해 폴리에틸렌 냉감 소재를 적용한 파아란, 쿨파스 등 냉감 침구를 선보였다. 조 소장은 “접촉 냉감소재 침구는 높은 열전도성으로 피부와 닿는 순간 열을 흡수해 체온을 빠르게 내려준다”고 설명했다.

슬립앤슬립은 ‘라이프 스타일을 기반으로 타깃별 수면맞춤 솔루션 제공’을 목표로 사업을 벌이고 있다. 점포에는 수면 환경 컨설팅 교육을 이수한 ‘슬립 코디네이터’가 상주하고 있다. 이들은 산업인력공단 사업내자격제도로 공식 인증까지 받은 수면 전문가다. 이들은 총 530여 명에 이른다.

점포에는 소재와 형태가 다른 145종의 베개, 이불 속통, 토퍼와 이를 체험할 수 있는 공간이 마련돼 있다. 개개인의 수면 습관, 체형 등을 확인하며 수면 컨설팅을 진행하고, 여러 침구를 비교 체험함으로써 최적화한 맞춤 침구와 수면 솔루션을 제안하는 차별화한 서비스를 제공한다. 고객들이 방문해 다양한 솔루션을 직접 체험할 수 있는 슬립앤슬립 체험 매장은 2014년 롯데백화점 본점 1호점을 시작으로 2021년 220개를 돌파했고, 현재 전국적으로 300개 이상을 운영 중이다.

이 회사는 숙면기술 개발과 더불어 제품디자인에도 신경쓰고 있다. 디자인연구소는 그동안 1만4000여 종에 이르는 각종 제품을 디자인했다. 아울러 디자이너예술인 등과 협업 기회를 마련하는 역할을 하고 있다. 조 소장은 “우리 디자인연구소는 침구 기업 중 최초의 디자인 전문 기관에 해당한다”며 “직간접으로 관여하는 인력이 30명이 넘고 외부 전문가와도 협력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디자인연구소를 통해 세계 3대 산업디자이너로 손꼽히는 카림 라시드를 비롯해 김영세 디자이너 등 세계적인 예술인과의 협업으로 혁신적인 스타일의 침구도 출시했다. 스와로브스키, 왕실문화원과 제휴를 맺고 프리미엄 예단 침구도 선보인 바 있다. 한국디자인진흥원의 굿디자인 어워드에 7차례나 선정됐으며, 8건의 디자인 등록을 완료했다. ‘베개 사전’을 비롯한 33건의 수면 용품 관련 저작권을 취득했다.

조 소장은 “우리는 다양한 협업을 통해 이종 산업·기술 간 융합을 통해 빠르게 변화하는 수면산업에 기민하게 대처하고 있다”며 “아울러 대형 종합병원, 슬립테크 기업 등과 협업을 통해 한 단계 고도화된 기능성 침구, 슬립테크 기능 제품도 개발 중”이라고 설명했다.

김낙훈 한경글로벌강소기업연구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