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이혼 상속 등 가사사건 재판에서 대법원 확정 판결이 나기까지 걸린 기간이 평균 1년6개월에 달한 것으로 나타났다. 신청 사건이 꾸준히 늘어나는 와중에 재판 지연 추세가 겹치며 나타난 현상이다.
24일 대법원 사법연감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법원에서 가사 관련 소송이 처리되는 데 걸린 기간은 1심이 평균 7.4개월, 2심이 8개월, 3심이 3.4개월로 집계됐다. 공방이 치열해 법적 다툼이 대법원까지 갔을 때 판결이 확정되기까지 평균 18.8개월이 걸린 셈이다. 이 기간은 2020년에 17.7개월, 2021년엔 18개월이었다. 2013년(15개월) 이후 결론이 나기까지 더 오랜 시간이 소요되고 있다.
지난해 접수된 가사사건은 17만7310건으로 전년(17만4973건)보다 1.3% 늘었다. 2013년(14만3874건) 이후 꾸준히 증가하는 추세다. 전체 가사사건 중 정식 소송은 1~3심 합쳐 4만6910건이었다. 이 중 가장 많은 유형은 이혼소송(3만3643건)이었다.
그나마 가정법원이 있는 지역에선 비교적 사건 처리 속도가 빨랐던 것으로 나타났다. 서울 인천 수원 대전 대구 부산 울산 광주 등 전국 8개 가정법원의 1심 처리기간은 평균 210일로 일반 지방법원(232일·관할 지원 제외)보다 짧았다. 가정법원별로 살펴보면 울산가정법원이 189일로 처리 속도가 가장 빨랐다.
이어 대구가정법원(190일) 인천가정법원(200일) 광주가정법원(202일) 부산가정법원(208일) 수원가정법원(229일) 대전가정법원(230일) 서울가정법원(237일) 순이었다. 혼인 관련 소송은 부부의 주소지에 따라 관할 법원이 결정된다.
법조계 일각에선 가사소송 1심에서 판사 한 명이 판결하는 단독재판부에 배당되는 소송금액 기준이 2억원 이하에서 5억원 이하로 바뀌면서 가사재판 지연현상이 다소 완화될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대법원은 지난 3월 이 같은 내용을 담은 ‘민사 및 가사소송의 사물관할에 관한 규칙’ 일부 개정안을 공포해 시행하고 있다. 대법원은 판사 한 명이 심판할 수 있는 사건의 범위가 넓어지면서 재판부를 증설하는 효과가 생길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김진성 기자 jskim1028@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