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에서 단일팀을 결성하는 등 힘을 합쳤던 한국과 북한이 2022 항저우 아시안게임에서 치열한 경쟁을 펼친다. 5년 만에 국제종합대회에서 만나는 남북은 얼어붙은 한반도 정세를 대변하듯 양보 없는 경기를 치를 것으로 보인다.
남북 맞대결은 윤곽이 나왔다. 첫 대결은 개막 다음 날인 24일에 펼쳐진다. 복싱 여자 54㎏급 임애지(화순군청)는 24일 오후 항저우 체육관에서 북한 방철미와 첫 경기를 치른다. 방철미는 이번 대회 개회식 북한 기수로 나서는 상징적인 선수다.
같은 장소에서 열리는 복싱 여자 60㎏급에서도 오연지(울산시체육회)와 북한 원은경이 1회전 경기에서 만난다.
대회 첫 남북 맞대결은 이날 오전에 열릴 수도 있다. 유도 남자 66㎏급 안바울(남양주시청)은 1라운드를 부전승으로 통과하는 가운데, 북한 리금성이 이란 아볼파즐 마흐무디를 누르면 두 선수는 16강에서 만나게 된다.
같은 날 유도 여자 48㎏급 이혜경(광주도시철도공사)은 북한 전수성, 여자 52㎏급 정예린(인천시청)은 북한 김원금, 남자 60㎏급 이하림(한국마사회)은 북한 채광진과 준결승에서 만날 수 있다.
유도 맞대결이 확정된 체급도 있다. 25일 유도 여자 70㎏급에 출전하는 여자 70㎏급 한희주(KH필룩스)는 1라운드에서 2002년생인 북한 문성희와 맞대결한다.
같은 날 남자 73㎏급에 나서는 강헌철(용인시청)은 북한 김철광이 1회전 상대 카림 압둘라에브(아랍에미리트)를 누르면 16강에서 대결한다.
김철광은 2018 세계선수권대회에서 한국 선수들과 남북 단일팀을 이뤄 힘을 합쳤으나 이번 대회에선 메달을 놓고 경쟁하게 됐다.
29일 오후 6시 30분엔 여자 농구 대표팀이 북한과 조별리그 C조 맞대결을 펼친다.
남북은 2018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에서 단일팀을 꾸려 은메달을 획득했다. 당시 한반도기를 달고 단일팀 '트윈 타워'로 맹활약했던 한국 간판 박지수와 북한 간판 로숙영은 5년 만에 경쟁자로 만난다.
북한 여자 농구 대표팀의 실력은 만만치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2003년생 북한 센터 박진아의 신장은 205㎝에 달한다.
5년 전 단일팀을 꾸려 여자 500m 금메달, 여자 200m 동메달, 남자 1000m 동메달을 획득했던 남북 드래곤보트는 이번 대회에서 경쟁자로 나선다.
남북은 10월 4일 남녀 200m, 5일 남녀 500m, 6일 남녀 1000m에서 경쟁한다.
5년 전 북한 선수들과 헤어지면서 펑펑 눈물을 쏟았던 여자 대표팀 변은정은 상대 선수로 북한 친구들을 만나게 됐다. 당시 함께 노를 저었던 북한 허수정, 정예성이 이번 대회에서도 경기에 나선다.
5년 전 자카르타 현지에서 합동 훈련하며 끈끈한 민족애를 나눴던 남북 레슬링은 10월 5일부터 맞대결한다.
이밖에 남북은 양궁, 남녀 축구, 사격, 여자배구, 역도 등에서 경쟁한다.
북한은 남녀선수 각각 4명씩 총 8명을 파견한다. 북한은 당초 191명의 선수단을 파견할 예정이었으나 23일 현재 185명으로 줄었다.
최수진 한경닷컴 기자 naive@hankyung.com